失明 주범 '세대교체'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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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시력을 잃게 되는 실명(失明)의 원인만큼 질병의 변천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다.

1960년대 한국인의 실명 원인 1위는 영양 결핍과 불결한 위생이었다. 비타민 부족과 눈의 세균성 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산업 사회에선 외상 등 재해가, 80년대 고령화 사회에선 백내장이,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성인병 사회에선 당뇨 망막증이 한국인의 실명 원인 제1위 질환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황반 변성(黃斑 變性)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뇨 망막증을 누르고 가장 흔한 실명 원인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20만명의 황반 변성 환자들이 있으며 실명 원인 제1위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0세 이상 인구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황반이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눈 망막의 중심부를 말한다. 황반 변성은 노화 과정의 하나로 새로운 혈관들이 망막 안으로 파고들어와 황반 부위의 손상을 초래해 실명케하는 질환.

인스턴트 식품이나 햇볕 등 자외선, 흡연, 콜레스테롤 등이 황반변성을 부추기는 악화 인자다.

증상은 55세 이후 ▶단어를 읽을 때 글자의 공백이 보이거나 ▶그림을 볼 때 어느 한쪽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고 ▶글씨체가 흔들리거나 굽어보이는 것이다.

◇치료=황반 변성은 과거 불치병이었으나 최근 비주다인 광역학치료로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다.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주다인이란 약을 정맥에 주사한 뒤 망막에 레이저를 쏘는 치료다.

이 경우 비주다인은 망막에 생긴 병적인 신생 혈관에만 쌓이게 되고 레이저 광선을 흡수한 신생 혈관이 파괴됨으로써 치료된다는 것.

그러나 비주다인 광역학치료는 이미 나빠진 시력을 원상복구하기보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도와주며 출혈과 부종을 동반한 이른바 습성(濕性) 황반 변성에만 효과를 나타낸다.

건성 황반 변성에는 효과가 없다. 그러나 습성 황반 변성의 경우 85%는 악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제넨테크가 개발한 신약 루파브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이 약은 서너 차례 주사로 효과를 발휘하며 예전의 시력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습성 황반 변성에만 효과가 있으며 아직 정식 허가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국내 환자들은 몇년 뒤에나 이용할 수 있다.

◇예방=문제는 사람은 양쪽 눈을 사용하므로 한쪽 눈에 약간의 시력 및 시야 장애가 있어도 모르고 지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55세 이상 고위험군은 가끔 30㎝ 정도 거리에 신문지를 놓고 한쪽 눈을 번갈아 가려보는 것이 좋다. 이때 시야의 글씨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굽거나 허옇게 보인다면 황반 변성 등 눈의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선 아연과 비타민 E 섭취가 권장된다.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선글라스의 착용도 중요하다. 눈에 들어오는 자외선이 축적되면 나이들어 황반 변성이 잘 생긴다.

홍혜걸 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권오웅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강세웅 교수

<황반 변성이란>

빈도-60세 이상 인구의 1.7%

원인-노화로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파괴

증상-글씨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보인다

단어를 읽을 때 글자의 공백이 보이며

그림을 볼 때 어느 부분이 지워져 보인다

예방-자외선 차단 선글라스 착용

인스턴트 식품 삼가야

금연

아연과 비타민제 복용

치료-유리체 수술

비주다인 광역학 치료

루파브 알약 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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