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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1) 제59화 함춘원시절 김동익(32)|전문부 출신 55명은 졸업식에 불참|권이혁·백만기등 23명은 교수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라일락」의 짙은 향기가 온통 함춘원을 휩싸고 있던 1947년5윌. 서울대학교 외과대학 졸업식은 소문과는 달리 비교적 평온하게 끝났다.
그러나 전문부출신 졸업생55명이 참석치 않은 가운데 의학부출신 53명만이 참석한 졸업식이어서 한편으로 아쉽고 씁쓸한 느낌을 주었다.
국대안에 의해서 경성대학 의학부와 경성의학전문학교(서울외과대학)가 합병되긴 했지만, 한동안 서로 반목과 배척의 태도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함춘원의 분위기는 어둡고 암담하기만 했다.
등교거부사태나 동맹휴학은 다반사였다. 심지어는 폭력사태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사실 47년 국립서울대학교 외과대학 제1회 졸업생들은 가장 불행한 시대에 대학생활을 보낸셈이다.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낸 일제말기와 해방 당시의 무질서, 그리고 국대안의 찬반열풍으로 홍역을 치른 이들의 함춘원 생활이 얼마나 불우했겠는가.
그러나 고난과 역경이 오히려 이들을 자극한 것일까. 제1회 졸업생 1백8명(의학부출신 53명, 전문부출신 55명) 가운데 23명이 교수생활을 하고있고, 이중 권이혁박사·백만기박사·서병설박사·신동훈박사·홍창의박사는 서울대 의대교수로서 함춘원을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제1회 졸업생중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이는 아마도 권이혁박사일게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권박사는 특히 인구의학 및 가족계획분야에서 WHO(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서 국제학계의 인정을 받고있다.
70년부터 76년까지 세번이나 서울대의대학장직을 연임하면서 의학교육의 혁신·도서실확충·중앙실습실신설등 외과대학에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킨 권박사는 대학행정가로서 그의 천부적인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 함춘원의 대들보역할을 하고있다.
지난봄 76년이후 맡았던 서울대 보건대 학원장직을 사임하고 지금은 그 자신이 72년에 창설한 서울대 인구의학연구소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에게 필자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함춘원출신들이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권박사에 이어 현재 서울대 의대학장직을 맡고 있는 신동훈박사 또한 함춘원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자랑스럽고 든든한 마음이다.
백만기박사(이비인후과교수), 서병설박사(기생충학교수·풍토병연구소장), 홍창의박사(소아과교수)는 학생교육과 연구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손의석박사(한양대의대 부속병원장겸 내과교수), 박찬무박사(전국립 의료원 산부인과장), 김종설박사(전한양대의대 부속병원장), 임광세박사(전중앙대부속 필동성심병원장), 김기홍박사(한대의대교수겸 의료원부원장), 김정진박사(성「빈센트」 병원장), 김찬수박사(경희대의대 미생물학 교수), 조진규박사(경희대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주정균박사(경희대의대기생충학 교수) 등도 의학부출신 제1회 졸업생중 두드러진 얼굴들이다.
한편 학창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전문부출신 55명은 국립서울대학교의 첫 졸업식에도 참석치않는등 불만을 표시했지만, 이들도 자극을 받았음인지 지금 의료계의 중진으로서 활약중인 인물이 많다.
특히 졸업후 곧바로 군에 입대, 훗날 6·25때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이가 많은데 김수명박사(예비역소장), 홍종관박사(예비역소장·전보사부차관), 김진하박사(예비역대령·전경찰병원장)등이 대표급으로 꼽힌다.
전문부 출신중에는 군에 입대한 사람이 유난히 많아 특기할만 하다.
김무배(진주도립병원장), 김학중(성모병원장), 김종숙(중앙대 의대내과 교수), 장진요(중앙대 의대피부과 교수), 전동(순천향병원장), 이선철(중앙대 의대이비인후과 교수), 홍성문(부산 의대내과 교수)박사등이 모두 군에서 활약, 영관급으로 제대했다.
대학 교수나 병원장을 지낸 인물도 적지 않다. 김중환(한양대의대 피부과 교수), 배병위(서울 적십자병원장), 오세량(조선대의대산부인과 교수), 정희영 「카톨릭」의대내과 교수), 주진정(고려대의대생화학교수) 박사등 자랑스러운 얼굴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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