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김영란법 통과 위해 관피아특위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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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국정조사특위는 8일 오후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을 통해 국조특위는 “일회성 지원과 보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 가족들이 생애 전주기에 걸쳐 지속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조원진·김현미 의원(앞줄 왼쪽부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8일 선수를 쳤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6월 국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국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통과를 위해 당내에 ‘관피아방지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조직개편특위를 만들어 해양경찰청 해체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위원장을 맡은 조정식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친다는 뜻) 식으로 바뀌는 졸속 개편은 안 된다”며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한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피아 법안은 오히려 야당 주도로 더 세게 밀어붙이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국가안전처 신설 ▶안전행정부→행정자치부로 개편 ▶인사혁신처 신설 등은 호락호락 해줄 순 없다는 뜻이다.

 이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여야 간 협의에 즉시 착수해 6월 임시국회에서 김영란법안과 정부조직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될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특위를 놓고도 기싸움이 예상된다.

 국정조사 기간에 7·30 재·보궐 선거가 끼어 있는 데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여부 등이 걸려 있어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특위는 9일부터 각 정부기관의 보고 일정과 방식 등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현재 기관보고 대상에 포함은 돼 있으나 여당은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야당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충돌이 불가피하다.

 기관보고 기간을 놓고도 여야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특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16일부터 다음 달 26일 사이에는 기관보고를 끝내야 한다”며 “7·30 재·보궐 선거가 있는 만큼 국조가 정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새누리당의 그런 요구를 반영해서 계획서를 합의할 때 청문회 날짜를 보궐선거 이후로 잡는 대승적 양보를 했다”며 “6∼7월 국회 일정이 많은 데다 월드컵까지 겹쳐 있으니 많은 사람이 실상을 접할 수 있게 의사일정을 충분히 잡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가족들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지속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조특위 활동에 가족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가족과 여야 간사의 상시 협의체계를 마련하고 ▶진상규명 과정의 가족 참여를 보장하며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피해 가족을 위한 현장 지원대책으로는 “세월호 국조특위 현장 본부를 진도실내체육관에 설치해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상시 경청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명연, 새정치연합 부좌현 의원이 진도 현장 본부를 맡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이른바 ‘먹튀방지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기간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중도에 사퇴하면 선거보조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선거보조금 먹튀방지법을 포함해 특정 정당들의 선거연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당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 후보 낙선을 위해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하는 일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32억여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2012년 대선 때도 이정희 통진당 후보가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고 선거 막판 후보직을 사퇴해 먹튀 논란을 빚었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선거보조금 먹튀를 방지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이미 발의됐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했다.

글=천권필·이윤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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