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원주택』「붐」-프랑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의 「아파트」사건과 비슷한 「프랑스」적 현상은 주말용 주택「붐」을 들 수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제2의 주택』이 되지만 뜻으로 따지면 『주말이나 「바캉스」를 보내는 시골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프랑스」는 광적이라할 만큼 『제2주택 구입』열에 휘몰려 있다. 도시인들이 전원에 집을 사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집은 성일 수도 있고 별장·초가 또는 해변의 「아파트」일수도 있다. 「프랑스」에는 1백80만개의 주말용 집이 있다. 77명당 1개인 미국에 앞서 인구32명 당 1개를 보유한 「프랑스」는 단연코 이 방면에 세계1위를 자랑한다.
매연과 거리의 소음을 벗어나 흙냄새 짙은 자연 속에 묻히는 것이 「파리」를 비롯한 도시인의 소망이 되고있다.
이 현상이 15년전부터 서서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 전 국민에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자들의 놀음이라는 비난(특히 공산당)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장·중역들의 점유율이 42%이며 노동자들은 불과 5%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있다. 공직자와 자유업이 28%이며 나머지 15%는 상인·회사원 등 중산층이 차지한다.
「드골」이나 「퐁피두」「지스카르」 등 역대 대통령은 토·일 양일 「파리」의 「엘리제」 궁을 떠나 5개의 별저 중 어느 한곳에서 독서나 사냥, 또는 정책구상·연설이나 기자회견 준비를 해 『주말을 제2의 주택에서!』를 솔선 수범해왔다.
IFOP의 여론조사로는 51%와 「프랑스」인들이 전원 속의 시골에 살고 싶어했고 『반드시 언젠가 주말주택을 사고야 말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프랑스」는 부의 척도가 자동차의 고급여부나 「요트」의 유무보다는 『제2의 주택』유무에 달린셈이다. 그러나 여기에 찬물을 뿌리는 견제작용이 고개를 들고있다.
「지스카르」파 소속의 「자크·브랑」하원의원은 『이 「붐」은 국력의 낭비』라고 못박았다.
평균 25만「프랑」이나 하는(한화 2천6백여만원) 무인주택이 연간 7만개나 거래, 1백60여 억「프랑」(17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것은 비생산적 투자라는 것이다. 이 막대한 자금을 산업에 투자해야하며 동시에 주말 이외에는 주인 없는 9백만개의 침대를 관광자원에 전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농촌 땅값을 올려 농민들이 농토를 쓸 수 없는 딱한 실정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주말을 자연 속에서』라는 미명 이면에는 투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하지만 「프랑스」의 주말주택은 시골에도 고속도로에서 가장 먼 곳이 일반적이며 은퇴 후 여생을 보낸 후 자손들에게 물려주며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울의 「아파트」열풍과는 여러 가지로 대조를 이룬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