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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한강추락, 현장 중계 했더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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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일요일 오후 각TV국은 일제히 한미 대학야구「게임」을 중계방영 했다. 그것을 보며 무더위와 싸우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별안간 제1한강교에서 발생한 시내「버스」추락사고 임시「뉴스」가 전해졌다. 엄청난 사고에 놀라지 않은 시청자들은 없었겠고 마음은 이미 「게임」보다 추락사고 쪽으로 쓸렸을 게 틀림없다. 사건이 사건인 만큼「게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나 초조하고 궁금했다.
이런 경우에 급거 출동한 중계차가「게임」사이에라도 현장을 비추어 줄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필름」에 담은 것은「뉴스」시간에 방영하더라도 가급적 현장 중계하는 것이 TV의 기능이나 기동성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고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여름휴가를 맞아 각 TV국은 다양한 납량특집「프로」를 마련했다.
올해만은 관례적이고 틀에 박힌「스타일」의 특집「프로」가 되풀이되지 않고 새로운 기획, 창의성이 넘치는 내용의 파격적인「프로」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TBC-TV가 지난봄에 신설한『나의 비밀은』(목·밤7시25분)은 이제 그런 대로 뿌리를 내리고「프로」의 성격을 올바르게 찾은 것 같다.
지난주의 제15회「프로」는 특히 인상 깊었다.
첫번째 출연자는 국교생인 한 소녀였는데 아무도 그 소녀의 비밀을 알아맞히지 못했다. 그 소녀는 바로 교통사고로 두 팔을 잃은 학우를 5년 동안이나 정성껏 돌봐준 갸륵한 미담의 주인공인줄은 아무도 미처 생각 못했던 것이다.
더우기 두 팔을 잃은 당사자가 소개된 것은 뜻밖이었다. 그러나 그 소녀의 밝은 표정을 보고 모든 시청자들은 가슴이 뿌듯했으리라. 언젠가 신문에도 보도된 적이 있었으나 두 소녀의 청순한 모습을 눈앞에 볼 때 신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 솟아올랐다.
여기서 우리는 TV의 독특한 기능을 깨달을 뿐더러 이「프로」가 올바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KBS-TV의 『우리집 만세』(월·밤7시20분)는 흐뭇하고 단란한 가족애를 물씬 풍겨주는「프로」라고 본다. 이 「프로」에 출연하는 가족들은 대개 결혼한지 10여년이 되는 서민층 부부와 그들의 자녀들.
『지혜 겨루기』『노래 알아맞히기』『반대말』등, 부모와 자녀들이 한데 어울려서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시청자들도 따스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특히 어린 아들 딸들이 아빠들에게 보내는 호소편지를 낭독할 때엔 가슴이 뭉클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평소에 아빠들은 과연 자녀들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물질적인 풍요함이 아니라 아빠 엄마의 따뜻한 애정이며, 그것은 그들과 함께 놀고 생활하는 가운데 싹트고 충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준다. 정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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