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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최호진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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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같이 경제공부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사람, 지금 얼굴을 들 수 없구먼. 하나도 들어맞지 않으니 말이야.』백발의 경제학자 최호진 박사(연세대 대학원장)는 이 여름이 더위에 땀내 나는 옷을 빨 비누가 모자라고 목을 축일 청량 음료가 달린다는 현실이 낯뜨겁다고 했다.
『생활필수품의 수급정책마저 마련 못해서야….』물건이 달리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당국에서「행정지도」로 가격을 묶어두면 더 귀해지고 뒷거래로 빠지고, 그리고는 현실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물건값이 뛰는…이런 오늘의 현상들이 그는 한마디로 「정책부재」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하나도 들어맞지 않는」경제 학자의 이야기인데『정책이란 앞을 정확히 내다봐야 해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그때그때 땜질에만 바빠서야 되겠어요?』노 박사는 계속 뜨겁게 이야기한다.
빨랫비누가 없으면 안 쓰고,「사이다」가 귀하면 안 마시면 되는 것일까?『거기에 문제가 있지. 하기야 우리생활이 쪼들리고 물건 귀한 적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요즘 것은 달라요.』바로 며칠 전 전자 대리점 집을 습격하니 그렇게 귀하다는 냉장고가 수백대 있었다는 TV「뉴스」를 그는 좋은 예로 들었다.
어딘가 잘못된 곳이 있다고 힘을 준다.
『모두들 우리가 급성장 했다고 하는데 사실 지금까지 모든 정책이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어요.
그것이 결국 소득의 불균형을 가져왔지. 그래서「없는 사람」이「있는 사람」을 따라가려니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있는 사람은 풍성 거리고 그것을 보는 서민들은 따라가기 위해 자꾸 소비만 부채질한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라고 했다.
『이제 늦은 감은 있지만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책을 돌려야할 때입니다.』 꽤 일이 생기면 근본을 안 다치고 겉에 나타난 현상만 갖고 치료하려는지 안타깝다고 말하는 최 박사는 지금 한창 열기의 극에 달한 경제문제들, 그 근본은「소득의 격차」「빈부의 격차」라고 짚었다. 경제개발, 성장의 밝은 길에 파묻혔던「어두운 면」이 지금 너무 확대됐다는 걱정이다.
『글쎄 우리사람들이 옛날부터 육식하며 잘 살지는 못했지. 그렇지만 요즘은 야채 값까지 오르니 김치마저도 고급 식품이 돼버리지 않았어요?』항상「있는 사람들」에겐 문제가 안 되는 것들. 최 박사는 무엇보다 서민의 가계가 그「어두운 그늘」의 두드러진 한 면이라고 짚는다.【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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