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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주의 사회학」은 환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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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연구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 가고있다. 서울대 이문웅 교수(인류학)는 계간지 『현상과 인식』 여름호에서 『인간주의 사회학에 대한 반론』을 제기, 그의 선배가 되는 한완상(전 서울대) 김경동(서울대) 양 교수의 종래 지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교수는 한·김 양 교수를 인간주의 사회학자로 규정하고 그들의 연구방법으로는 이 사회·문화현상을 설명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며 오히려 사회과학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공격했다.
학계의 이 같은 논의는 60년대까지 실증주의·행태주의에 대한 반발이 지나고 70년대에 새로 형성된 인간주의적 방법론에 대해 다시 반성하는 추세로 해석되고있다.
이 교수는 김경동 교수 자신이 이미 명백한 해답을 해주고 있다고 인용, 『인간주의 사회학은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이론이지 사회를 설명하는 체계적 이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곧 사회 비평가나 「칼럼니스트」의 작업분야에 속할 뿐, 사회·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사회과학의 태도가 아니라는 이 교수의 비판이다.
인간주의 사회학은 사회현상을 볼 때 행위자로서의 개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개인의 자발성·창의성·자유 의지에서 원인을 찾는 관점이다. 이러한 입장은 자연히 문화결정론이란 관점을 거부한다. 문화결정론의 입장은 사람이 생활과정에서 끊임없이 문화라는 외부적 자극을 받아 행동할 뿐이라는데 있다. 개인의 자유 의지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주의 사회학은 이 같은 문화결정론이 인간을 「문화의 수인」으로 전락시킨다고 보고, 인간을 주인의 자리로 복권시켜야 한다는 점에 요점이 있다.
인간주의 사회학자들은 학문(객관화된 과학)이 권력을 잡은 지배층에게 유익한 인간조작의 도구로 쉽사리 이용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자유의지라는 무제한의 힘을 주었을 때 그들이 우려했던 것과 꼭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점에선 오히려 결정론이 인도주의에 입각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예컨대 범죄는 하나의 사회 문화적 현상이다. 개인에게 현상의 원인을 찾아야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에게 자발성·자유의지·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범죄성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제거해버린다면 끝날까?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주의인가. 문화결정론에서는 범죄가 개인보다는 사회문화 체계 자체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한다.
인간주의 사회학의 자유의지론과 문화결정론은 어떤 절충에 의해서도 화해가 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인간 중심론적 「환상」은 인간의 불안감·소외감·초조감 등을 극복하는데 유익한 적응 「메커니즘」이 되어 왔음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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