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어야 평화 가능 … 리셋 버튼으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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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평화는 힘을 통해(Peace through Strength)’ 성사될 수 있다. (경쟁국과의 대립을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리셋 버튼을 누른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짐 드민트(63·사진) 이사장은 최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드민트 이사장은 “미 국방 예산 삭감 추세에도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역할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방이자 중요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약속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보수 유권자 운동인 티파티 운동을 주도했던 드민트 이사장은 연방 하원의원과 연방 상원의원을 각각 연임한 뒤 지난해 4월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에 부임했다.

 드민트 이사장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하려면 아시아에서 자유 국가들의 강력한 동맹이 필수적인 만큼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한국과 일본의 화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지도층의 과거사 인식은 미국과 다르며 미국인들을 화나게 하기도 하지만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한·일 화해가 중요한 만큼 미국은 한·일이 과거사 문제를 해소하고 화해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한에 앞서 일본을 찾은 드민트 이사장을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한국과 전쟁하는 일은 100% 없다”는 말을 했다. 그는 한·중 관계와 관련, “중국은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국가가 되길 원하는데 이를 억제하려면 자유 국가 간 강한 동맹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드민트 이사장은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6자회담을 포함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협상 등을 통해 북한이 국제법을 준수하게 하는 한편, (핵 실험 등을 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무기가 체제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관련, “북한과의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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