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 대한 믿음이 내 그림동화의 밑바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볼로냐 국제어린이 도서전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전쟁의 파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곳곳에 이탈리아어로 '평화'를 뜻하는 '파체(PACE)'라는 검정 휘장이 내걸리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영국과 미국 출판사들이 모인 곳은 붐볐다. 그 중에서도 영국 유수의 출판사인 워커북스는 가장 눈길을 끌었다. 그 한편에서 도서전 마지막 날인 5일 국내에선 '고릴라' '피기북' '터널'로 알려진 영국의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57.사진)을 만났다.

스토리와 일러스트 능력을 겸비한 그는 특히 부모.자식간의 갈등을 동물세계를 통해 화해시킨 1983년작 '고릴라'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고릴라' 이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 동안 작품 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뭐랄까, '고릴라'는 일종의 직감과 직관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후의 작품들은 다소 계산적으로 돼 버린 것 같다. 처음과 끝은 어떻게 구성하고, 그림은 어떻게 대조시키고, 어느 부분에서 감정을 고조시킬까 등을 미리 계산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이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그림책 작가.아동작가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나.

"우선 필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의 이야기와 어린이에 대한 믿음이다. 기술적으로는 서툴러도 상관 없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 모리스 세닥은 그림이 좀 미숙해도 기죽지 말라,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에 정말 자신이 있고 그 이야기를 믿는다면 그 '진실의 힘'으로 밀고 나가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쟁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낼 생각은.

"여태껏 전쟁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언젠가 전쟁 이야기를 책으로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번 전쟁이 직접적인 소재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 일반에 대해서 말하고 싶을 뿐이다."

볼로냐(이탈리아)=이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