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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돈줄 풀면 이달 코스피 2050 넘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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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중앙은행들의 ‘변심’은 무죄일까. 적어도 증시에선 그런 듯하다. 증권사들 사이에서 이달 코스피 지수가 2050 선을 넘어 박스권을 탈출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돈의 힘’이 주가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그리고 그 분수령이 5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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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선 ECB가 이 회의를 통해 0.25%의 기준금리를 0.1% 안팎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자산을 직접 사들이는 미국식 ‘양적완화’ 도입을 점치는 전문가도 많다.

 ECB가 돈 풀기에 나서는 건 경기를 부양하고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이게 국내 증시에도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올 들어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를 다시 노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또 유로화가 약세로 가면 달러화 값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국내 증시에서 대형 수출주들의 발목을 잡았던 원화 강세 압력도 조금은 주춤해질 수 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전 세계 주요 증시에서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며 코스피가 6~7월 중 연중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이달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의 상단을 2120 선까지 끌어올려 놓은 상태다.

 연초만 해도 이런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그간 부풀어올랐던 자산 가격의 거품이 빠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 통화에 타격이 집중될 것으로 봤다. 새해 벽두부터 신흥시장이 출렁대며 전망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엔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의 정상화 시기를 잇따라 늦추는 낌새가 나타나면서다.

 미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생각만큼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자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지연될 것이란 신호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 돈줄 풀기에 나서면 일본도 시차를 두고 ‘추가 양적완화’로 뒤따를 공산이 있다. 아베노믹스의 힘이 떨어진 데다 소비세 인상 충격에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는 탓이다.

 하나대투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통화완화책을 내놓거나 긴축 시기를 늦추면서 그간 부진했던 신흥국 주식과 채권,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ECB가 통화완화를 시사한 지난달 이후 신흥국 주식(2.9%)과 선진국 주식(2.3%)은 물론 신흥국 국채(1.8%)와 선진국 국채(0.9%) 값도 동시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값과 대표적 위험자산인 신흥국 통화와 주식이 함께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원화, 주식, 채권의 ‘트리플 강세’ 흐름이 뚜렷하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ECB가 내놓을 카드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오히려 충격이 올 수 있다. 삼성증권 박정우 연구원은 “ECB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서 “금리인하를 넘어선 양적완화 수준이 아니라면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의 행보를 의식해 그간 약세를 보이던 유로화가 5일 결과 발표를 계기로 오히려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선물 정경팔 시장분석팀장은 “유로화가 반등할 경우 달러는 약세로 가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 경우 외환당국이 달러당 1020원의 저지선을 지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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