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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대 한식량 차관 지출 중지 의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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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김건진 특파원】미 하원 본회의는 22일 미 공법 (PL) 480호에 의한 대한 평화 식량 기금 5천6백만「달러」를 삭감하자는 「짐·라이트」 민주당 원내 총무의 수정안을 찬성 2백73, 반대 1백25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한국 정부가 김동조씨의 증언 문제에 관해 만족할만한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한 PL480호 기금 5천6백만「달러」의 지출을 금지하도록 압도적인 표 차로 이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박동선 사건 이후 하원 본회의가 한국에 대한 원조를 삭감하는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미 관계는 당분간 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하원 본회의에는 20여명의 의원들이 등단, 1시간30분 동안 열띤 찬·반 토론을 벌였다.
이 같은 하원 본회의의 조치에 대해 만약 상원 본회의가 이의를 제기하고, 양원 합동 조정 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PL480호 기금 5천6백만「달러」의 지출은 완전히 중단된다.
제안자인 「짐·라이트」 원내 총무는 『이 수정안을 제안하게 된 것을 불행하게 생각하지만 미 의회를 덮고 있는 먹구름은 제거돼야 한다』면서 『김동조씨는 아주 중요한 증언이다. 이 수정안의 목적은 한미 관계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며, 한반도에서 북괴의 군사적 모험을 고무하려는 기도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짐·라이트」 의원은 『이 수정안이 효과가 없으면 군사 원조를 제외한 대한 경제 원조를 삭감하는 결의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며, 한국의 협조에 따라 삭감된 액수가 부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버트·보먼」의원 (공·메릴랜드)은 한국 정부가 계속 협조하지 않으면 대한 군사 지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설>첫 리적 제재…미 의원 누명 벗겠다는 심산|액수는 대단치 않지만 정치적인 의미는 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미 하원 본회의는 박동선 사건의 여파로 부상한 김동조씨 증언과 관련, 한국에 대해 처음으로 「물리적인 제재」를 가했다.
대외 원조 형식인 PL480 기금 삭감은 미 의원 등이 받고 있는 「누명」을 벗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벌어들이는 중동 「달러」를 생각하면 확실히 5천6백만「달러」라는 액수는 큰 비중이 아니다.
또 PL480으로 도입하던 밀·옥수수·원면 등은 돈만 주면 얼마든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사 올 수 있다.
실제로 PL480은 내년이면 끝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준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미미할지 몰라도 정치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당분간 한미 양국 관계는 정화될 것이 확실하다. 김동조씨 증언 문제를 놓고 김용식-「재워스키」의 협상이 당장 재개된다는 것도 쑥스럽게 됐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변수가 많다.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한국은 국무성 등 미 행정부와 또 다른 의견 교환을 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다.
시간에 쫓기던 「재워스키」나 중간 선거를 의식한 의원들은 우선 이 사건이 「완결」이 안됐더라도 최소한도의 변명 구실은 생긴 셈이다.
그것은 「재워스키」가 입버릇처럼 말해온 『한국 정부의 비 협조 때문에 박동선 사건 조사는 완결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원 중에는 한국의 협조가 없으면 한국에 대한 모든 경제 원조, 심지어는 군사 원조까지 삭감하자고 주장하는 의원까지 있다.
미 하원의 이번 조치로 한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전통적인 한미 유대 관계가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는 상당한 외교적 노력과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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