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상습 답의 밭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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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한해 상습지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전 전환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 한다.
우선 금년과 내년에 걸쳐 1천2백 정보의 천수답을 밭으로 바꿀 계획이며, 올해 하반기 중에 정밀 조사를 거치면 대상 면적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정부가 한해 상습 천수답을 밭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매년 되풀이되는 가뭄 걱정에서 벗어나겠다는데에도 목적이 있겠지만, 그보다도 더욱 근원적으로는 그것이 농지의 경제적·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본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최근 신품종 벼의 보급으로 쌀이 남아 돌게된 반면, 국민 소득 증가에 따른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고기·채소과실에 대한 소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런 여건에서 간역용수원조차 없는 고지대에 벼농사를 짓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냐 하는 것은 의문이며 따라서 정부 시책이 아니더라도 전 전환 정책의 정당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차제에 정부의 농지 이용 정책에 관해서도 몇가지 의견이 없을 수 없다.
우선 농지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냐 하는 것은 극일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연적 입지적 조건이나 사회적·경제적 환경 그리고 경작자의 능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농지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냐 하는 것은 개인의 창의력과 노력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 생각이다.
정부가 농지의 구체적 이용 방법에까지 관여하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국가가 진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만큼, 비단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전 전환 사업뿐 아니라 농지의 이용 방법에 관한 규제는 강제력의 발동을 꾀하고 정부가 선도적 기능을 발휘하여 유인을 조성하고 농민의 능력이 모자라는 부문에 대해 이를 보조, 지원해 주는 선에 그쳐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까지 농지 보전이나 신품종의 보급 등 주요한 정책이 지나치게 공권력의 발동에 의존해오지 않았나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책의 일관성 견지의 필요성이다.
농사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그 기반이 되는 토지의 형질의 변경이나 작물의 갱신이 용역하지 않다.
다년생 식물인 경우는 더욱 어려운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왔다갔다한다면 그로 인해 농민이 입는 손실과 당혹감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근자 농경지에 심은 묘목을 내년 1월까지 뽑아버리고 원상 회복시키려는 조치는 그 대표적인 한가지 예라 할 수 있다.
논밭에 묘목을 심는 것이 유리하다고 권장한 것이 불과 수년전의 일인데 이제 와서 이것을 뽑아 버리라고 한다면 뽑은 묘목은 어디로 옮기라는 말이며, 그 손실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시가화의 확대와 도로망의 신설로 관상수·가로수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으며 은행 등 일부 수종은 이미 심한 공급 부족을 빚고 있어 값도 많이 올랐다.
이런 싯점에서 정부가 이미 수년간 심어 놓은 묘목들을 뽑으라고 한다는 것은 농지의 경제적·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며 답을 전으로 바꾸라는 정책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도 일관성을 잃은 처사가 아닌가한다.
관계 당국의 심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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