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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국에 생명수와도 같은 단비가 내렸다. 10일 상오 7시 현재의 강우량을 보면 호남지방이 1백mm, 그 밖의 지방도 20∼50mm를 기록해 타 들어가던 산하와 농토를 일단 해갈시켰다. 이 정도면 호남의 경우는 완전히 해갈이 된 셈이고 서울·중부·영남은 아직도 충분한 상태엔 못 미치지만, 11일께 다시 30∼50mm의 비가 더 내릴 것 같다는 예보이고 보면 중부·영남의 완전 해갈도 시간 문제일 듯 하다.
이번 비로 전국의 모내기는 무난히 마무리 지어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 국민 모두의 기쁜 바람이다. 생각하면 참 고된 천재였다. 70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의 농토는 바짝 말라붙었고 저수지는 거북이 등처럼 조각조각 갈라진 밑바닥을 드러냈다.
강물이 메말라 바닷물이 역류했는가 하면 농작물과 산천초목이 메마른 풍토 위에 고사해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가면 금년의 모내기는 절망적이라는 우려마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비로 그런 재난은 일단 극복될 전망이 보이며, 그 동안의 전국민적이고 전 국가적인 합심노력이 이번의 천재를 물리친 값비싼 힘이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농촌의 가뭄현장에서 목격한 관민의 일치된 협력과 도시민의 지원은 감격적이라 할만큼 훌륭했다. 관정을 설치하고, 하상을 막고, 양수기를 들이대고, 둑을 만들고 하는 진 인력의 작업 앞에, 예전 같은 자포자기나 미신적인 기우에의 바람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농민은 말할 것도 없고, 학생·공무원·군인 등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천재를 인간의 투지와 슬기』로써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각성으로 불타고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관서의 책임자들, 향토사회의 새마을 지도자와 유지들, 그리고 현장의 모든 기술인력과 생산인력들은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고 단결해서 지하수를 끌어 모으고, 해수의·역류를 막고, 밤새워 묘판을 만드는 초인적 투쟁에 몰입해 있었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문자 그대로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의 밝은 자신과 꿋꿋한 능력의 역량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통합된 힘의 단결과 전인적인 투지라면 그 어떤 자연적·역사적 재난이라도 능히 뚫고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비는 내렸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한번의 천재는 극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여 이번 천재의 교훈을 내일의 대비로 연결시키는 일에 행여라도 등한 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충분한 결실을 맺는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가뭄은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대비하여 그 어떤 가뭄이라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완벽한 시설과 태세를 갖추는 작업이 착수되어야만 할 일이다. 전 농토를 전천후화 하고 관개수리 시설과 저수시설 및 지하수 개발에 박차를 가함과 아울러 수리답과 천수답을 구분하여 논으로 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밭으로 전환하는 노력은 시급히 실천되어야 하겠다. 천재 극복 과정에 나타난 관민의 분투에 다시 한번 긍지를 느끼면서 이 노력을 앞으로의 완벽한 대비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꾸준히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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