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결구금일수 계산 싸고|법원·검찰의견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법원의 판결은 얼마만큼 절대적인가. 비록 판결내용의 배경이 된 법률적 판단이 위법이라 하더라도 검찰은 반드시 그 판결의 내용대로 집행해야 하는가.
최근 어느 형사범에 대한 판결선고 때 미결구금일수(미결구금일수)를 계산함에 있어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처리했다하여 그형의 집행을 둘러싸고 검찰과 가벼운 시비를 일으켰다.
실랑이의 발단이 된 사건은 대통령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로 기소됐던 정수일씨의 1심 판결.
서울형사지법은 77년8월19일 정피고인에 대해 징역2년, 자격정지2년을 선고하며 그때까지의 구금일수를 1백75일로 계산, 이를 징역형에 산입했으며 같은해 11월30일 서울고법은1심 판결은 파기, 징역1년에 자격정지1년을 선고하며 미결구금일수를 역시 1백75일로 계산했던 것.
그러자 검찰이 법원의 계산에 잘못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의 계산대로 하면 정피고인의 미결구금 일수는99일로 법원의 그것과 76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기록에 의하면 정씨가 구속된 것은 지난해 2월22일. 서울지검 검사의구속장에 의해 다른 두사람과 함께 종로경찰서에 구속되었으며 다른 2명은 그해 4월13일 구속기소 됐으나 정씨는 5월12일 검찰의 기소중지처분으로 구속이 취소되면서 그 날짜로 다른 혐의내용의 구속장에 의해 다시 구속되어 다음날 기소됐다.
법원과 검찰이 다투는 것은 정씨의 구속∼구속취소∼동일자로 다시 구속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법률적인 평가.
검찰은 정씨가 다른2명과 함께 구속됐으나 일단구속이 취소 됐었으므로 비록 동일자로 다시 구속됐다 하더라도 이는 별개의 사건으로 1심 판결 선고전의 구금 일수는 99일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법원은 구속기간 중에 구속 취소라는 절차가 있었으나 동일자로 다시 구속 했으므로 구속취소전의 기간까지 실형에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
이에 대한 법률적 평가야 어찌됐든 이 같은 쟁점이 미리 발견했더라면 법률이 정한 구제방법에 의해 시정되거나 변경될 수 있었으나 검찰이 법원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은 직후인 지난3월14일.
확정된 판결에 따르면 정씨는 1주일후인 3월21일에 석방되어야 하는데 검찰이 계산장의 잘못을 이유로 석방지휘를 하지 않자 정씨는「형의 집행에 대한 이의 신청」을 서울고법에 냈다. 판결내용 대로 즉시 석방을 하라는 것.
검찰은 정피고인의 구속일자를 5월12일로 계산해1심 판결 선고전의 구금일수는 99일에 불과하므로 법원이 1백75일로 계산했다 하더라도 99일을 초과하는 부분은 공문(공문)에 불과한 것으로 당연히 무효라고 맞섰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은『법원의 판결은 법적 안정의 유지를 위해 그 형식적 확실성이 가장 강하게 요청되는 것으로 상소(상소)비약상고(비약상고)등 법률이 점한 구제방법 이외에는 이를 시정·변경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말하자면 검찰은 판결내용의 당부(당부)에 임의로 해석을 해서는 안되며 판결내용 대로만 집행지휘를 하라는 것이었다.
서울고법은 한걸음 나아가 미결구금일수를 계산하는 법원의 평가가 설령 잘못되어 위법이라 하더라도 이는 법률판단이 잘못된 위법한 판결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부복(부복)절차에 따라야지 그렇지 않고 검찰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변경한다면 판결의 확정에 의한 법적 안정을 바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대법원에 즉시 항고를 했으나 확법원 역시 형사재판이 대정된 이상 설사 그 판결내용에 위법 또는 부당한 사유가 있다고 해 또 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판결문에 표시된 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씨는 즉시 석방됐으나 이번 사건의 여운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형사재판에 있어 법원이 실제구금일수를 초과해 계산, 그 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검찰은 판결주문대로가 아닌 실제대로 형 집행지휘를 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있기 때문.
검찰은 확정판결 전에 법원의 계산이 검찰의견과 다른 점을 미리 발견해 법률절차에 의해 시정하지 못한 실책을 시인은 하나, 극단의 경우 법원이 착으로 미결구금이 있을 수 없는 불구속피고인에 대해 미결구금일수를 계산했다하더라도 이를 따라야 하느냐고 반문하고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없는 구금일수를 계산한 것은 공문으로서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는게 검찰의 주장이나 대법원의 최종결정에 따라 정씨는 이미 석방됐다.【정천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