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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열정보다 훌륭한 스마트교육 SW는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진 권석천 기자

스마트교육이 교육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스마트교육의 효과와 부작용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는 스마트교육을 어떻게 실시하고 있을까. 그들이 보는 스마트교육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우려하고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스마트교육의 현장을 돌아봤다.

차는 낮은 지붕의 건물들 사이를 몇 바퀴째 돌고 있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도시 노텔라였다. 로덴짐나지엣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자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면 내가 나가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얼마 후 차창 밖에 차 한 대가 다가왔다. 50대로 보이는 금발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 차림인 그는 로덴짐나지엣의 ICT(정보통신기술) 교육 담당자인 요한 세더그렌이었다.

세더그렌의 차를 따라갔다. 차가 먼저 도착한 곳은 학교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직업훈련장.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할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었다. 대형 모니터 앞에서 학생들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포클레인 작동법을 익히고 있었다. <사진 1> 세더그렌은 “1인당 매년 1만6000유로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실제로 포클레인 운전 연습을 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체육 교사인 앤-카트린 이바손이 태블릿 PC를 들고 학생들이 링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사진 2> 이바손이 링 연기를 마친 학생들에게 태블릿 PC에 담긴 동영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부분에서 자세가 흐트러졌다”고 알려주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그냥 태블릿 PC의 카메라 기능을 사용한 것이었다. 이바손은 “고난이 기술을 훈련하는 데 좋다”며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법을 알려줄 때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용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집에서 연습하는 동영상을 클라우드에 올려 체크를 받도록 한다”고 했다.

이어 본격적인 수업 탐방이 시작됐다. 세더그렌의 안내에 따라 교실들을 차례로 돌았다. 학생들이 모두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있었다. 노트북은 지역 교육청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학교에서 지급한 것이다. 수학 수업의 경우 스크린에 컴퓨터 화면을 띄워놓고 4개의 동영상 가운데 하나를 골라 방정식을 만들어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3~4명씩 짝을 지어 노트북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를 방정식으로 계산했다.

영어 교실에서는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들을 띄워놓고 회화 수업을 진행했다. 교실에 있던 2학년 학생 리오와 데니스는 자신들이 노트북으로 작곡한 음악을 들려줬다. <사진 3> 장르는 하우스댄스 뮤직. 17세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작곡 프로그램인 ‘FL 스튜디오’를 활용해 작곡을 했다고 했다. 그들에게 악기를 다룰 줄 아느냐고 물었다.

“전혀 다룰 줄 모른다. FL 스튜디오로 작곡을 시작한 지 4, 5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작곡은 어디에서 배웠나.
“유튜브 동영상들만 보면 배울 수 있다. 또 우리가 작곡한 곡을 유튜브에 띄우면 소감 댓글이 달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반응을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 심지어 콜롬비아에서도 ‘좋다’는 반응을 보낸다.”

-장래 희망이 작곡가인가.
“그렇다.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학생들 이해 여부 실시간으로 체크
교실들을 돌아보며 뒤늦게 깨달은 것은 기대했던 것처럼 획기적인 소프트웨어나 IT 설비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학교 상담실에서 지역 교육청 ICT 전략 담당관인 대니 스테이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스테이시에게 보다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스마트교육을 시작한 배경은.
“2년 전 ICT를 이용한 스마트 교육을 도입했다. 21세기를 이끌 창조적 인재를 키우려면 학생 때부터 ICT와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 교육의 장점 중 하나는 학생들의 학습 정도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ICT 기술로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스마트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스마트교육의 열쇠는 잘 가르치려는 교사들의 열정이다. 중요한 건 어떤 소프트웨어, 어떤 하드웨어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다. 페다고지(pedagogy·교수법), 다시 말해 어떻게 가르치느냐다. 컴퓨터가 학생들 실력을 올려줄 순 없다.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아는, 경험 있는 60대 교사들이 오히려 제대로 된 스마트교육을 할 수 있다. 아울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계약서를 체결하게 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성적 향상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나.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함께 있던 세더그렌은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고 효과가 없다고 하는 건 잘못”이라며 “졸업 후 대학이나 직장의 ICT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측면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교들이 잘 따라오게 하려면.
“모든 일이 그렇듯 리더십이 중요하다. 우리가 교장들을 대상으로 ICT 교육을 하는 이유다. 교장이 서류뭉치를 들고 다니면서 노트북 쓰라고 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학교선 개인 휴대폰·패드 제재 안 해
IT 강국인 옆 나라 핀란드는 어떨까. 수도 헬싱키 시내에서 차로 20분 걸리는 비헤르칼리오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 학교 교장인 미코 레파넨은 45세이지만 벌써 13년째 교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레파넨을 따라 수학 수업이 한창인 2학년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 3명이 스마트보드(전자칠판) 앞에서 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물건을 끌어당겨 저울 위에 놓는 게임이었다. 책상에 앉은 아이들은 분단별로 실제 저울로 무게를 다는가 하면 노트북으로 ‘OOg+OOg=OOOg’식의 더하기를 하고 있었다. 교사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아이들을 도와줬다. 레파넨은 “개인별로 학업 성취도에 따라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카페테리아 옆 ‘코듀 게임 랩(Kodu game lab)’에서는 아이들이 3D 게임 제작 프로그램인 코듀에 몰두해 있었다. 5~6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들에게 코듀 프로그램 활용법을 알려줬다. 저학년 3, 4명이 동화를 토대로 그림을 그리면 5~6학년이 그 그림을 3D 게임으로 만들었다. <사진 4>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선 조작기를 움직이던 5학년 엘리는 “게임 개발자가 꿈”이라고 했다. 그는 “게임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야외 스포츠도 열심히 한다”며 어른처럼 의젓한 표정을 지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집에서 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노트북을 학교에 가져오도록 허용하고 있다. 레파넨은 “집과 학교에서 하나의 IT 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ICT 환경에 빨리 익숙해질 수 있다. 스마트교육이 되려면 학생 자신과 학부모들의 책임 의식이 중요하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e 메일 비밀번호를 남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학생이 기기를 잘못 사용하지 않는지 부모가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레파넨에게 스마트교육에서 중요한 게 뭐냐고 물었다. 그에게서도 나온 얘기도 스웨덴에서 들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교육은 아이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이런 목표와 가치를 교장은 물론 교사·학부모들이 공유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스톡홀름·헬싱키=권석천 기자 sc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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