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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베트남간에 타오르는 중-소 분쟁의 불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화교추방 따른 긴장의 배경>
중공과 「베트남」간의 관계가 최근 급속히 악화되어 중공남방에서 중·소 분쟁양상과 비슷한 중·월 분쟁으로 확대되고있다.
중공은 26일「베트남」에서 「박해받는 화교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송환선을 보내기로 하는 한편 「베트남」안의 중공기술자들의 철수와 대 월 원조사업의 중단 및「베트남」선박의 중공입항 금지 등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공은 특히 「베트남」이 1백20명의 화교들을 자유중국으로 출국시켰다는데서 한층 격분한 것으로 믿어진다.
이에 대해 「베트남」은 화교들을 박해한 일도 없으며 오히려 중공이 그러한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화교들이 동요를 일으켜 생업을 포기하고 재산을 팔아 불법적으로 월경하고 있다고 중공을 비난하는 성명으로 응수했다.
중공 측은 4월부터「베트남」의 부당한 박해 때문에 국경을 넘어온 화교가 8만9천7백여 명에 달하며 많은 날은 하루4천 명에 달했다고 말하면서 『「베트남」이 화교들을 부당하게 탄압, 집단 추방하는 조치를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화교들이 「베트남」에서 그렇게 집단으로 탈출하는 직접적인 배경에는 우선 「베트남」당국의 가속적인 사회주의화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3월부터 남부월남의 중산층 및 하층계급의 기업인과 상인탄압운동을 실시해왔다.
이는 월남인들의 역사적인 반 중국감정에 정치적인 현실이 복합적으로 얽혀 비롯된 사태다. 「베트남」의 적화 이전부터 두 나라는 남사군도·신사군도의 영유권을 두고 다투어 왔으며 이 지역의 석유자원 매장가능성이 운위되고부터는 반목이 더욱 심화됐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중공이·「캄보디아」와 「베트남」간의 분쟁에「캄보디아」를 지지했다는「베트남」측의 공공연한 비난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비난은 직접적으로 「베트남」측의 보복이 곧 있을 것이라고 화교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실제로 중공과 「베트남」간의 이같은 파국은 중·소 분쟁의 여파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친 소 노선의 「베트남」이 인지반도를 지배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는 중공 측과, 강력한 「베트남」이 중공을 남쪽에서 견제하도록 부추기는 소련간의 힘의 시위가 결국은「캄보디아」와 「베트남」간의 분쟁을 촉발시켰고 그것이 결국 「베트남」의 노골적인 반 중공 정책을 야기 시킨 것이다.
지난5월초 중공 당 주석 화국봉이 북괴를 방문했던 것도 중공·「베트남」관계악화에 큰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북괴마저 친소로 선회한다면 중공은 사방의 형제공산국으로부터 포위를 받는 형세가 되어 견딜 수 없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아뭏든 중공과「베트남」이 표면적으로는 화교문제를 놓고 그 틈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거기에 중·소 분쟁의 요인이 투영됨으로써 그 틈은 앞으로 훨씬 깊고 넓어질 것임은 틀림없을 것 같다. 【싱가포르=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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