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진스키」 보좌관의 내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공을 방문했던 브레진스키 미 대통령 안보 담당 특별 보좌관 일행이 24일 하오 우리 나라를 방문했다. 「브레진스키」의 방한 목적은 미·중공 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겸해 한국 지도자들과 한반도의 평화 유지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하루 앞서 「후꾸다」 일본 수상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미·중공간에는 한반도 문제에 관해 큰 견해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중공간에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이렇게 큰 견해차가 드러나리란 것은 당초부터 예측되던 일이다.
중공은 화국봉의 북괴 방문에서 분명히 했다시피 한반도 통일 문제에 관해 북괴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있다. 그것이 소련의 팽창주의 견제라고 하는 중공 외교의 최상위 개념에 부합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소 대결에서 북괴를 중공편에 묶어 두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 때문에 중공은 필요 이상으로 북괴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화는 지난번 평양을 방문하면서 75년 김일성의 북경 방문시 등장했던 「북괴의 유일 합법 정부」 운운을 재확인하는 등 북괴의 통일 방안을 전폭 지지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레진스키」의 이번 중공 방문이 한국 문제 논의 시기로서는 적합치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중공 양측은 「브레진스키」의 방중 결과가 「밴스」의 중공 방문 때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는 듯 하다. 이는 대소 전략이란 차원에서다.
원래 「브레진스키」와 「홀브루크」 국무성 차관보로 대표되는 「카터」 대통령의 외교 문제 「딩크·탱크」들은 중공에 대해 방어 무기를 제공하잘 정도로 대 중공 동맹론자들이다.
「브레진스키」의 이같은 대소 강경론은 기묘하게도 미국내 보수 인사들의 소련 팽창주의에 대한 경계심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브레진스키」의 대소 강경 자세가 소련을 제1의 공적으로 보고, 2000년대까지는 자국을 근대화시키고자 하는 중공으로부터 환영받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번에 미·중공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드러지게 대소 동맹의식을 나타내러 애쓴 흔적이 보인다.
더구나 이번 방문에서 「브레진스키」가 대소 문제를 멀지않아 해결하겠다는 「카터」 대통령의 언질을 전했다는 사실은 미·중공 협조에 낀 일말의 구름마저 거두는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대소 전략이란 미·중공의 중요 목표에 눌려 한반도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근저 중공이 표면상 북괴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할 망정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지 않는 정도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짙다.
이같은 점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미·중공의 견해차가 한반도 안정에 어떠한 손상도 초래하지 않으리란 「브레진스키」의 설명에서 유추된다.
그러나 미·중공이 대소 공동 보조만을 중친한답시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견 해소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대소 전략상으로도 현명하지 못하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미·중공은 불가피하게 전쟁에 휘말려들게 마련이고, 이는 미·중공 관계의 긴장과 북괴에 대한 소련 영향력의 증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짙다.
필요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미국이 북괴의 후원국들과 적어도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