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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의 동서각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 3월이래 간헐적으로 계속되던 「자이레」내전이 요 며칠 사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전「카탕가」주 출신의 반란세력은 이미 서방측 동광산이 접결돼 있는 전략적 요지 「쿨웨지」와 「무차차」를 점령했다는 소식이고 미국 등 서방측 각국도 이에 대해「모부투」정부 지원의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반란군은 벌써 오래 전부터 소련·「쿠바」의 지원을 받아왔던 참이고 미국 역시 파병권 승인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는 터라 여기에 만약 「프랑스」·「벨기에」·중공의 「모부투」지지까지 합치게 된다면 「자이레」사태는 명실공히 국제전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이에 따라 「자이레」사태는 우익 「모부투」정부와 좌익 반란세력 사이의 이념적·부족적·권력 투쟁적 대결을 내포로 하고, 미·소·중공·서구 제국간의 전략적 대결을 외연으로 하는 복합적 사태로 간주할 수 있겠다.
「자이레」라는 한 나라의 내전이 이렇듯 복합적인 동서각축으로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나라가 갖고 있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며, 그 중요성에 착안한 소련·「쿠바」의 대아 혁명수출 전략 때문이다. 소련은 그들의 세계전략상 「아프리카」대륙의 서방측 자원기지와 자원 수송로를 탈취·차단할 필요성을 느껴왔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프리카」각처의 흑백 분규와 좌우투쟁에 적극 개입하여 좌경 흑인 세력의 무장투쟁과 집권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이것이 바로 북아에서는「이디오피아」와 「폴리사리오」해방전선』에 대한 지원으로 나타났고, 남아에서는 「로디지아」의 흑인 무투파에 대항 지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프리카」대륙을 남북으로 관통하고 동서로 관통하여 전 대륙의 전략지점을 동일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부의 「자이레」를 석권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해야만 북부에서 홍해연안과 중간의 서방측 석유자원을 위협하는 동시, 남부의 희망봉 해로를 차단함과 아울러 동서양안에 해군기지를 확보하려는 그들의 통합적 전략구도가 전 대륙적 규모로 연결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 아래 「크렘린」은 70년대 중반을 전후해서부터 대아 침투방식을 간접침투 방식에서 직접적인 혁명 수출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50∼60년대까지만 해도「크렘린」은「아프리카」사회의 「미발전」을 이유로 토착 공산분자의 급진적 공산 혁명론을 억제하면서 주로 비 공산계 민족주의자들의 반 서방 정책을 선동하는 전술로 나왔었다. 그러나 근래 많은 「아프리카」·「아랍」민족주의 정권들이 속속 우경화 하게 됨에 따라 「크렘린」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토착「마르크스」주의자들의 본격 공산혁명을 지원·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앙골라」「모잠비크」및 남아「게릴라」에 대한 「쿠바」군의 병력지원이나 소련의 막대한 장비 제공동이 다 그런 전술 형태의 표현이었으며「자이레」반군의 공세 역시 그 또 하나의 시범「케이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재력을 배경으로 「이집트」등 「아랍」온건파와 「이스라엘」을 화해시키는 한편 흑인 온건파와 백인공권을 공존, 타협시키는 중재방식에 의해 범「아프리카」반소진영 편성을 종용하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신속히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원인은「카터」행정부의 「아프리카」정책 자체가 백인 공권 지지도 아니고 흑인세력 지원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에서 표류했기 때문이나, 이제라도 더 이상 실세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조치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아프리카」대륙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서방 각국의 공동인식과 공동대처를 촉구해 둘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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