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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경제 대국 소련의 취약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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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이 경제분야에서 미국수준에 이르고자 한 것은 60년대부터의 염원이었지만 아직도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방 공업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또 현재 10차 5개년 계획(76∼80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거대한 소련경제가 당면한 취약점이 무엇인지 서독의 소련 경제전문가「베르너·굼엘」교수(「뮌헨대학)의 글을 요약한다. 【편집자주】
소련은 공업대국이자 원료자원 생산에 있어서 세계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공업생 산은 지난 수십년 사이에 양적으로는 몇몇 분야에서 미국을「좇고 능가하는」 데까지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물자 공급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1인당 생산고에서는 아직도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미국에 뒤지고 있어 소련경제가 많은 결함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련경제는 공산당 집권 후 당초에는 활발한 성장을 기록했지만 70년대 초 이래 특히 공업 생산의 성장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의 주된 원인은 소련경제의 중앙 집권적인 계획경제 체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경제과정의 계획화는 사회주의 경제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경제는 시장 기능에 맡겨지지 않고 국가기관에 의해 의식적으로 조작되고 당과 정부가 세운 목표에 따라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에는 여러 가지 약점이 있다. 즉 국민의 소비재 수요와 경제의 자본재 수요를 불완전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고 소비습관의 변화라든가 갑작스런 수요증가(자연재해와 같은 경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계획기구는 둔중하고 유연성이 없다. 이처럼 탄력성이 없는 경제체제는 또 각 기업의 자주성을 제한하여 생산과정과 경제발전 사이에 큰 마찰을 일으켜왔다.
따라서 계획화는 날이 갈수록 생산력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
경제가 일정한 발전단계에 이르면 국가경제는 중앙집권적으로 되어서는 안 되는데 소련은 이 한계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현재 소련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가 경제의 근대화 문제다. 「스탈린」의 경제적 고립화 정책에 따라 세계의 기술발전 혜택에서 소외된 결과 생산의 질보다 급속한 양적 확대만 추구해「딜레머」에 빠져 있다.
둘째는 원료와 연료확보 문제로 소련 자체는 물론 동구 국가들의 수요가 증대하면서 새로운 자원을 개발해야 할 형편에 있다. 그러나 많은 자원이 지리적으로 불리한 지역에 있어 개발에 필요한 자본에 압박감을 더한다.
세째는 농업문제로 농업이 공업화 과정에서 등한시되어 왔다. 이 때문에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고 단위 면적당 생산고도 서구국가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따라서 급속한 근대화·기계화를 필요로 하나 대량투자가 전제된다.
네째는 교통기반의 문제다. 수십 년간 보충투자가 거의 없어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른 수송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소련의 능력을 훨씬 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안정은 이들 문제가 극복되어야만 가능하므로 자본 조달은 소련 경제정책 책임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다.
「스탈린」시대 이래 60년대 초까지는 효과가 있었던 막대한 금액의 강제 저축도 이제는 불가능하다. 국민의 높은 소비욕망을 소련 정부는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몇 십년간 게을리 했던 보충투자, 국토 개발에 필요한 거대한 자본, 증대하는 연구비 등을 모두 국내의 자본 축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외자에 의해 메우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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