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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박물관」설립을 구상|문공부, 고대선박 인양계획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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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공부는 충무 앞 바다 속의 거북선과 신안 해저 보물선을 모두 인양, 이미 안압지에서 출토된 신라 목선과 함께 전시할 선박 박물관의 설립을 구상중이다. 이 같은 구상은 최근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지의 「스캔·소나」(음파발사 수중탐지기) 조사 결과 거북선의 선체가 거의 확인되고 신안 유물선의 보존상태가 아주 온전한 것으로 밝혀진데서 비롯됐다.
문공부 문화재 관리국은 수심 30∼40m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거북선의 실체가 곧 정확히 파악되는 대로 구체적인 인양 작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 「스캔·소나」조사의 1차 분석결과 대체로 파악된 거북선의 정체는 구성 성분이 나무인 큰 목선이며 배 위에 붙였던 거북 등 모양의 철갑은 모두 산화돼 없어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오는 6월l일부터 시작될 제4차 신안 해저유물 발굴에서도 유물 인양과 함께 본격적인 선체인양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안 앞 바다에 침몰된 송·원대 무역선은 이미 우리 해군의 조사와 이번「스캔·소나」조사로 그 위치·크기·형체·보존 상태 등을 완벽하게 파악해 놓고 있다. 수심 20m 의 개펄에 묻혀 선체의 4분의3정도가 노출돼 있고 크기는 길이 30m·폭20m.
그러나 해양 고고학이 전혀 황무지인 상태의 우리 현실로서는 이들 선체의 발굴조사나 인양은 기술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 같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정식 해양 고고학 전공자가 한사람도 없다. 그래서 현재의 우리 기술로는 바다 속에 침몰된 고대 선박의 인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 두 배의 인양은 해양 고고학의 한국 상륙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열게될 것 같다.
본격적인 해양 고고학이 정착된 것은 1960년 미국의 고고학자 「스록·모튼」이 「터키」남단에서 청동기 시대의 최고 난파선(BC 1200∼800년으로 추정)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l923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랑지뱅」이 초음파를 활용해 만든 음향 탐측기의 등장은 해저 탐험열을 한층 뜨겁게 고조시켰다. 1961년 「스웨덴」에서의 17세기 때 전함 「바사」호(길이 60m·높이 20m·배수량 1천2백t)인양은 해양 고고학의 금자탑을 이루었다.
시계가 0인 해저 50m에 3∼4m 두께의 진흙에 묻힌「바사」호를 인양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5억원이나 됐다.
인양작업은 우선 해상에서 철추를 내려 침몰선의 상태를 완벽하게 확인한 후 잠수정을 이용, 배에 달린 포문을 갈라냈다. 다음에는 잠수사들이 내려가 선체에 구멍을 뚫어 강철「와이어」로 여러 겹 비끄러맨 다음 해상의 거대한 반함 2척에 연결시켜 서서히 해면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l7,18세기의 해저 침몰선 인양에 가장 권위 있고 기술자를 많이 가진 기관은 미국「텍사스」농공대의 해양 고고학 연구소. 이 연구소는 지중해·대서양 등에서 발견된 침몰선의 인양작업을 추진중이다.
해저 침몰선의 인양방법은 그 보존상태와 작업 조건 등에 따라 대체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난파선이거나 선체가 대규모일 경우 선편을 하나씩「크레인」으로 끌어올려 원형대로 배열 조립하는 분해 인양법이다. 다음은 「시멘트」등으로 선체 주위에 방책 시설을 하고 물을 퍼낸 다음 인양하는 방법이다.
세째는 「스웨덴」의 「바사」호와 같이 강철 「와이어」로 선체를 묶어 끌어올리는 방법. 이 경우는 선체의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해야만 가능하다.
문공부는 거북선과 신안 해저 유물선의 인양을 위해 올해 안으로 학자와 전문관리로 구성된 연구반을 편성, 구미 각국의 고대 선박 인양기술 등을 익히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 해외 파견연구도 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 유물선은 2개월 동안의 이번 4차 발굴 중 가능한 한 나머지 모든 유물의 인양을 완료하고 선체인양에 필요한 기초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안해저 송원대 무역선의 인양에는 대체로 5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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