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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참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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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 「콜게이트」대학 안에는 한 「퀘이커」교도의 기부금으로 세운 괴상한 예배당이 있다.
여기서는 어느 종교나 마음대로 집회를 가질 수 있다. 보통 때는 정면에 십자가가 걸려 있지만 불교도들이 쓸 때에는 불상으로 바뀐다.
이 예배당 안에 있는 도서실에는 「앙코르」의 불상, 일본의 문수보살상, 「힌두」교의 「크리시나」상이 있는가 하면 공자상도 있다. 이것은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 기증한 것이다.
「하버드」대학에는 또 「세계종교연구소」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는 세계 여러나라의 종교 학자들이 자유롭게 명상하고 토론·집회하도록 되어 있다.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있는 『호수의 신전』도 매우 특이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5개의 낮은 석주가 있다.
여기에는 각기 십자가, 「다비데」의 별, 법륜, 별과 초생달, 「산스크리트」의 「모므」라는 글자들이 적혀 있다. 물론 「그리스도」교·「유대」교·불교·「이슬람」교·「힌두」교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종교는 세계를 여러 갈래로 갈라놓았다. 그러나 오늘의 종교는 세계를 다시 하나로 만들어 나가며 있다. 이제는 「키플링」시처럼 『동은 동, 서는 서』는 아니다. 지금까지 서는 기독교의 물결을 타고 동에 접근해 왔었다.
이제는 동이 불교를 타고 서에 접근해 나가며 있다. 아니면 서가 불교에 이끌려 동에 다가오며 있다고나할까.
지난 62년 「팬아메리컨」항공 회사가 태평양 항로에 처음으로 「제트」여객기를 취항시키면서 가진 의식은 불교식이었다.
65년 봄 「캘리포니아」대학 졸업식은 일본의 불승이 주재하여 큰 화제거리가 된 적이 있다.
이렇게 불교는 지난 10년 사이에 조용히 온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한 스님이 동구의 「폴란드」에까지 들어가 포교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본보 10일자)
「폴란드」는 80%의 인구가 「가톨릭」신자들이다. 물론 철의 장막 속에 갇힌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도 미륵보살을 찾고 좌선을 행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니 놀랍기도 하다.
의자 생활에 젖은 서양인들에게는 반가부좌 자체가 여간 고통스러운게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행원 스님이 그 나라 「크라쿠프」시에 차렸다는 참위장에서도 의자에 앉아서 좌선했을 것이다. 「런던」의 불교회나 「로스앤젤레스」의 선종사원에서나 서양 사람들은 모두 의자에 앉은 채로 참선하는게 보통이다.
그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은 없다. 「요가」의 본산인 인도에서도 요새는 펄썩 주저앉는 「안락좌」가 유행이다.
원래 미륵의 길에서는 형식이 문제되지는 않는다. 내일의 밝은 세계에의 열쇠는 어디까지나 종교에 있다는 「토인비」의 말에 틀림이 없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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