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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게 된 제주 민속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 민속학자의 노력으로 14년간 유지돼오는 제주도의 유일한 박물관인 제주 민속박물관 (관장 진성기)이 새로 설치되는 도립 민속자연사 박물관 부지로 선정됨으로써 자연 폐쇄 지경에 이르렀다.
제주도는 관광 종합 개발의 일환으로 지난해 오라 지구의 관광 단지 조성과 함께 도립 박물관 신설을 준비해 왔는데 4월11일자로 기존 제주 민속박물관에 대하여 자진 철거 할 것을 통고함으로써 신설 도립 박물관의 부지가 이 일대에 확정됐음이 밝혀졌다.
현재 제주시의 공원 용지로 묶여 있는 제주시 일도동 996 일대에 건립할 민속 자연사 박물관 부지는 1만4백평. 그 중에 기존 제주 민속박물관의 사유지 약 6백평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도가 이곳을 새 박물관 부지로 삼은 이유는 도심에서 삼성혈을 잇는 관광의 요충지라는 것과 기존 시설이 부실하므로 크게 발전시킨다는 것.
그러나 민속박물관의 진 관장은 『장소가 좋다는 이유로 사유 재산을 침해하는 것도 억울한 일인데 하필이면 기존 박물관을 빼앗아 새 박물관을 짓겠다는 저의를 알 수 없다』면서 『내 필생의 사업이므로 도저히 물러 설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제주 민속박물관은 진 관장이 64년에 설립, 14년간 운영해와 이제 제주의 명물처럼 키워져 건물 3동에 도내에서 수집한 독특한 민속품 3천여점을 진열, 공개하고 있다.
싯가 약 1억원의 땅 (평당 싯가 15만∼20만원 추정)이 공원 용지란 이유 때문에 기백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쫓겨날 경우 다른 곳에선 박물관을 다시 세울 수 없게 되므로 결과적으론 20여년간 수집한 소중한 유물을 사장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절박한 호소이다.
이에 비하여 도가 추진하고 있는 민속 자연사 박물관은 아직 전문가의 「스탭」도 구성 못하고 있는 실정. 도내 반상회를 통하여 1점식 내놓도록 하는 방식으로 유물 수집을 착수했고 우선 건물부터 세우기 위해 건축가 김홍식씨에게 설계를 위촉, 연내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이 분야 인사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구태여 다른 하나를 폐쇄하도록 몰고 가기보다는 공존시키는 방안을 택해야 했을 것이다. 기존 박물관은 어려운 시기에 개인이 애써 만든 것이고 역시 공익 시설이므로 존속시기는 것이 마땅하다.
▲장%근 제주도 연구 회장 (경기대 교수)=그 동안 수집된 자료나 연구 실적의 간행 등 제주에 있어서는 산 민속의 보고인데 재생의 여지없게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웨덴」에는 6백개의 박물관이 있는 실례를 보더라도 제주도내엔 많은 박물관이 정책적으로 육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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