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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협조 성장」 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IMF잠정 위원회에서 「비테펜」 IMF전무이사는 세계 경제의 질서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 놓았다.
그 동안 세계 경제의 상대적인 정체와, 만성적인 실업, 그리고 더욱 심화해 가는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대책으로 미·일·서독의 기관차 역할을 기대하는 안이 널리 지지 받은 바 있으나, 그것이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미국만이 경기 자극책을 추진했고 그 때문에 미국의 국제 수지만이 일방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그 대신 서독과 일본은 경기 자극에 소극적이었고 그 당연한 귀결로 국제 수지 흑자 폭이 기대한대로 줄기는커녕 거꾸로 늘어나 미국의 경기 자극이 여타국에 확산 파급되는 것을 방해한 결과가 되었다.
이처럼 선진 경제간의 보조가 맞지 않음으로써 세계 경기가 예상 밖으로 회복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역 구조의 왜곡에 따른 「엔」화·「마르크」화 파동으로 발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 앞에서 불가불 국제 경제 질서의 회복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요청될 수밖에 없었던 것.
그 대안으로 제기된 것이 OECD의 이른바 수송 선단 방식의 협조 방안이라 하겠으나, 각국이 조금씩 협조한다는 일시적인 협조 방안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하 주요 선진국별로 보다 구체적으로 협조해야할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정책 조정 방법을 제안한 것이 이번 「비테펜」 전무의 제안이라고 하겠으며, 때문에 「비테펜」안은 개별 국가의 독립적인 경제 정책 추진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제안한 것이며 동시에 범세계적인 종합 경제 정책 기구의 형성을 예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이 말해서 오늘의 세계 경제는 상호 의존도가 높고 상호 영향력의 파급 속도가 빨라 종래의 개념에 따른 자국 중심의 정책 추진 방법을 각국이 고수하는 한, 국제 경제 질서의 회복이나 안정되고 조화된 균형을 도모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비테펜」안은 하나의 획기적인 구상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각국의 독자적인 정책 추진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국제적인 장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비테펜」안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비테펜」안은 오는 7월에 열릴 예정으로 있는 선진국 수뇌 회의를 겨냥한 정치적 신호인 동시에 자국 이익 중심의 정책 관행을 각국이 고수하는 한 오늘날 세계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젯점들을 해결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비록 반대할 수 없는 논리성 때문에 각국이 「비테펜」안을 일단 지지한다고 해도 그것이 행동면에서의 구체적인 협조로 연결되기에는 장구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 점에서 「비테펜」안은 지금으로서는 하나의 이론에 그치는 것이지, 현실적으로 세계 경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만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관세 및 무역 협정과 같은 국한된 협조 분야에서도 선진국 사이에 여간해서 합의가 이루어지기 힘드는 것임을 상기할 때 각국의 독자적인 경제 정책 추진권에 제약을 가해야 하는 혁신적 「비테펜」안에 기대를 걸 수는 없을 것이다.
요컨대 현실은 현실이고, 논의는 논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석유 파동 이후의 세계 경제는 임기응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점 우리도 그러한 전제 밑에서 내외 경제 정책을 갖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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