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해외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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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년에 이르러 세계문학에로 발돋움하려는 한국문학의 열의는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그 성과가 당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를 가져봄직한 느낌을 주어온 것은 사실이다.
70년대를 전후하여 한국인에 의해, 혹은 한국문학에 순수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외국인에 의해 이루어진 일련의 한국문학번역작업이 해외문단으로 하여금 대뜸 한국문학에 경이의 눈을 뜨게 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떻든 한국문학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주었다는 점에서는 보람있는 일이었다 할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작업이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 없이 거의 예술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음은 우리 문학의 해외진출이 정당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문학 70년을 맞는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문학의 세계무대진출을 위한 번역작업이 문학적인 측면에서, 혹은 문학외적인 측면에서 이 상태로 만족해야 할 것인가는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문학적인 차원에서든, 문학외적인 차원에서든 10년 전인 68년 일본 「가와바따·야스나리」(천단강성)의 「노벨」문학상수상은 우리에게 큰 자극을 준 것임에 틀림없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일본문학의 세계성을 보여준 것이요, 문학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1930연대 이래의 이른바 「노벨」 문학상 수상공세로 성공한 미국의 경우를 재현한 일본당국자의 예술정책의 승리인 것이다.
「가와바따」 「노벨」상 수상에 큰 몫을 담당한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의 일본문학자「에드워드·사이덴스티커」교수는 최근 내한하여 우리문인들과 가진 간담에서 우리문학이 너무 번역자에만 신경을 쓰면서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한국문학이 아직도 세계문단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그의 견해는 우리문학의 현실로서 수긍할 수 없는 일면도 있지만, 한국인이나 외국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번역작업이 주로 시조나 가사 등 전통문학에 치우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것이 과연 세계문학의 흐름에 어떤 작용을 할 수 있겠는지 일말의 회의를 느끼게 하는 자극의 하나가 되었다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물론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거기 담겨져 있는 전통의식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면, 그 번역작업에 있어 우리고유의 전통을 세계성에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가강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그것이 만족스럽게 성취되기 위해서는 「사이덴스티커」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외국에서의 출판문제, 우리 문인들이 제시한 우수한 번역자 확보문제 따위가 고루 해결돼야 할 문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들이 과연 예술적인 차원에서의 해결만으로 끝날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는 매우 비관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두 차례에 걸친 「문예중흥5개년 계획」이 한국문학의 해외진출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마련했는가. 이제까지 해외에 소개된 한국문학이 그 전통과 세계성을 어떻게 조화시켜 왔는가를 냉철히 반성하면서 우리의 신문학 70년사는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임을 인식케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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