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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나만 몰랐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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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랜만에 동대문 시장에 가봤습니다. 가격 정찰제 덕분에 쇼핑하기가 한결 수월하더군요. 똑같은 물건을 나만 비싸게 산 건 아닌지 조바심 낼 필요가 없어 맘이 편했기 때문입니다. 흥정이 기본이던 시장까지 이렇게 정찰제가 잘 지켜지고 있다니, 한국은 참 쇼핑 선진국이구나, 싶었습니다. 물정 모르는 사람한테 바가지 씌우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후진국형 장사의 모습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백화점의 실상을 알고선 이런 생각을 거둘 수밖에 었었습니다.

 백화점. 똑같은 물건이라도 온라인 매장이나 대형 할인매장 등보다 더 비싸게 받는 줄 뻔히 알지만 그래도 갑니다. 서비스가 좋고 제품의 품질을 신뢰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만 손해볼 일은 없다는 믿음이 백화점을 찾게 만드는 주된 요인 중 하나입니다. 피곤하게 흥정하지 않아도, 누구나 같은 물건이라면 똑같은 값을 내기에 흔쾌히 값을 지불하는 거죠. 그런데, 알고보니 이건 뭘 모르는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얘기였습니다. ‘뭘 좀 아는 사람’은 백화점에서도 흥정을 해서 싸게 사더군요. 세일이나 영업 마감시간 직전 떨이 행사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정상 영업시간에 멀쩡히 정가(定價) 붙은 제품도 흥정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주부는 “백화점에서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지금껏 늘 달라는대로 주고 샀던 사람으로선 속은 기분이 들 수밖에요. 백화점측은 “일부 임대매장의 돌출행위라 어쩔 수없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를 통해 정찰제를 정착시킨 동대문 패션상가를 보면 백화점이 정찰제를 지킬 의지가 없는 것으로밖에는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백화점에서부터 수입차 매장 등 이른바 럭셔리 시장에서 무너져버린 정찰제의 현실을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 한번 확인해보시죠.

 이번 주 인터뷰 지면에는 세계 최고의 셰프로 인정받는 조엘 로부숑, 그리고 한국계 아내를 둔 덕분에 최근 상하이에 한식당을 낸 장 조지가 나란히 등장합니다. 가난한 벽돌공 아들과 부잣집 석탄회사 도련님으로 출신 배경은 확연히 다르지만, 최고의 셰프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은 비슷한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흥미로울 겁니다.

江南通新과 분리배달하는 ‘열려라 공부’섹션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문제가 얼마나 출제되고 있는지, 또 왜 그럴 수밖에 없는 지를 분석했습니다. 또 ‘진로 찾아가기’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심리상담사의 세계를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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