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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구두 멋도 좋지만 「발병」이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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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여성들 사이에 널리 유행되고 있는 뾰족구두가 대부분 신으면 발이 아프고 잘 걸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풍성하고 여유 있는「로맨티시즘」의 의상「패션」에 맞추어 유행되고 있는 뾰족구두는 볼이 좁고 앞이 뾰족하며 뒷굽 또한 7∼8cm정도로 높고 뾰족하다. 이 구두는 신어서 불편할 뿐 아니라 심하면 발톱이 빠지기까지 하여 많은 여성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있다.
회사원 장영혜씨(36·서울 신촌동)는 지난해 12월 명동 「살롱」구두 집에서 「부츠」를 맞췄다. 발이 편한「부츠」를 원했으나, 찾을 때 보니 종업원들이 유행이라고 강권하던 볼이 좁은 것이었다.
제대로 맞지 않아 두 번이나 늘린 끝에 찾아 신었으나 첫날 하루종일 발이 아팠고 저녁에 귀가해 보니 양쪽 발 엄지발톱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나중에는 발톱이 빠져 버렸고, 다시는 그 「부츠」를 신지 않았다』고 장씨는 말한다.
「디자이너」은미리씨(32·서울 저동)는 발이 편한 봄 구두를 사기 위해 양화점가를 뒤졌으나 한결같이 유행한다는 뾰족구두 뿐. 하는 수 없이 길이가 넉넉한 뾰족구두를 골랐으나 볼이 좁고 높아 걷자면 발이 아프다. 『하루는 시장엘 다녀오니 구두가 닿는 발등 피부가 모두 벗겨져 너무 아팠어요. 요즈음은 볼일이 있어도 구두 신기가 겁나 외출을 꺼리고 가까운 거리에도 「택시」를 타게 된다』고 불평한다.
외과 전문의 김광연 박사(고려병원)는 『요즈음 구두로 인해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꽤 늘었다』고 얘기하면서 뾰족구두의 피해를 다음 몇 가지로 얘기한다. 우선 좁고 높은 구두는 발의 혈류 (피의 흐름)를 나쁘게 해 다리가 아플 뿐 아니라 발톱이 누렇게 변색되고 두꺼워지며 굽어지는 등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또 엄지발가락 뼈가 옆으로 튀어나오는 기형이 되기 쉽고 구두에 밀착된 피부가 받는 기계적 자극은 티눈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김박사의 설명. 척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진단도 있다.
사실상 우리 나라 구두의 대부분이 외국구두에 비해 불편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새삼 문제가 되는 것은 유행구두가 극도로 겉모양위주로 뾰족하여 불편함이 더욱 가중된 때문.
우리 나라 구두가 불편한 근본 원인을 제화전문가 박관희씨는 인체공학을 도외시한 겉모양 위주의 주먹구구식 제조과정 때문이라 풀이한다.
발의 형태에 따른 골격의 생김세, 근육의 모양, 활동량 등을 십분 고려한 목형을 토대로 구두를 만들어야하는 것이 원칙.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 대부분의 소규모 구두점이 전문적인 연구 없이 외국의 목형을 그대로, 또는 주먹구구식 눈대중에 의해 겉모양 위주로 만든 목형으로 구두를 만들기 때문에 불편하게 마련이라는 것.
특히 요즈음 유행하는 뾰족구두는 앞부분을 극도로 뾰족하게 만들다 보니 보통 볼도 넓어 보여 앞부분에 맞추다보니 자연히 볼이 더욱 좁아져 불편함이 가중된다는 설명이다.
주부 박미경씨(28·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문제는 유행 그 자체가 아니라 유행이라고 해서 일률적인 형태의 구두만을 만들어놓고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구두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구두점은 유행구두 뿐 아니라 발 편한 구두도 함께 만들어 최소한 소비자가 원하는 구두를 살 수 있도록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서비스」를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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