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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과 임금|이나바·슈죠(도섭수삼) 일 산업연구소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금의 한국경제는 65년대의 일본경제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면을 보이고있다.
65년의 일본경제지표는 경제성장율이 연율 10%선으로 고도성장기에 들어갔고 ②1인당GNP는 9백달러선 ③수출은 85억달러.
고도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일본경제에도 노동력수급과 임금, 개인소득의 움직임 등이 하나의 큰 문제로 대두됐고 당시 필자는 특히 임금의 추이가 심상치 않은 점에 주시, 『일본경제 펑크론』을 주장한바 있다.
즉 1955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연율 5%선에 지나지 않았던 임금상승율이 61년 이후부터는 8∼9%선으로 치솟았다.
이같은 임금상승율은 미·유럽제국, 즉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세계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아 국제경쟁력에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필자의 펑크론은 경제가 파탄에 빠져 침몰한다는 뜻이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상실, 이것이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다시 물가가 폭등하는 악순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사실 당시 일본경제는 지금의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수출에 의해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임금상승→물가폭등→국제수지 악화의 악순환은 가장 경계되어야할 당면과제였던 것이다.
이같은 필자의 진단은 결과적으로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경제가 펑크나지 않았던 점에서 반은 틀렸으나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임금은 속등, 세계최고율을 기록했다.
66년부터 매년 10%이상씩 올라 65∼70년간의 5년간은 무려 배가 증가했는데 이 기간중 선진국 중 임금이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50%가 뛴 프랑스였고 기타 구미제국은 30∼40%선에 불과했다.
당시 일본경제가 펑크나지 않고 계속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생산성 상승율이 임금상승율을 훨씬 앞질렀고 세계경제여건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경제여건은 국제적으로는 수출규제장벽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임금상승율이 노동생산성 상승율을 앞지르는 등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작년 3·4분기 중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전년동기비 3·8% 상승에 그친 데 비해 이기간 중 임금상승율은 무려 13·4%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고도성장이 수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임금상승은 앞으로의 한국경제에 큰 주름살을 안겨줄 것이 틀림없다.
임금체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평균임금과 초임금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대졸초임 월 20만원은 일본수준(10만5천엔)과 맞먹는 것이다.
경제력면에서 일본과 아직도 큰 차가 있는데도 임금만은 동일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보다는 저임금을 해소, 노동생산성을 제고시기는 것이 더 시급하다.
한편 임금상승을 악이라 말할 수는 없으나 노동생산성을 무시한 임금상승이 계속외면 결과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물가마저 자극시켜 어쩌면 한국경제 펑크론으로까지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경제는 지금 어려운 내외여건을 극복, 착실히 다져나갈 때이며 이것은 바로 현재의 고도성장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문책은 기자에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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