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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있지만 파업은 없다"던 서독에 파업 회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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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이근량 특파원】2차대전후 영국·「프랑스」·「이탈리아」등의 끊임없는 파업소동을 아랑곳 않고 가장 안정된 노사협조로「유럽」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서독이 끝내「스트라이크」병에 감염, 호되게 앓고 있다.
지난1월「함부르크」지역 부두노조의 총파업을 계기로「파업 없는 나라」라는 기록을 잃게 된 서독은 이를 수습하자마자 다시 출판·인쇄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난3일 쟁의에 돌입, 월요일인 6일 전국 1백4개 신문이 나오지 못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속·화학·철도·은행 노조에 공무원 노조까지 가세하여 들먹이고 있어 서독 정부수립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형편이다.
신문 및 출판노조의 파업으로 서독은 신문 없는 암흑의 나라가 되었으며 단시일내의 해결이 없는 한 몇 개 신문의 폐쇄마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 및 출판 노조는 연초부터 7·5%의 임금인상 이외에「컴퓨터」시설도입에 따른 실업방지대책을 요구, 지난달 28일 8개 지역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없 자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측의 요구사항에 대해「주트도이체·차이퉁」같은 일부 신문사는 회사의 폐쇄방침으로 맞서고 있으며「함부르크」부두노조가 그들의 요구를 1백% 관철시킨 후이기 때문에 노조도 강경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산업별로는 금속노조의 향 배가 분쟁해결 여부의 열쇠가 될 것 같다.
산업노조 중 최대인 3백60만 회원의 금속노조가 파업하면 하루 평균 6억「마르크」(약 1천6백10억 원)어치의 생산이 중단되며 결과적으로 서독경제의 주축인 자동차산업이 좌초되기 때문이다.
현재 업주 측이 4·8%의 임금인상을 내세우는데 반해 노조 측은 8%의 임금인상을 거듭 주장, 양측의 팽팽한 대결 속에 7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게 되었다.
그 외에 18만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철도노조는 7·5%, 2백만의 공무원노조 7·5%. 17만의·우편노조 7·5%, 30만의 은행노조 6·8%, 92만의 건설노조가 7·7%씩 임금인상을 요구, 쟁의에 나섰다.
주당 40시간의 근무시간을 39시간으로 단축해 1백20만 실업자를 구해 주자는 이들 각 산업노조는 이미 2월의 1차 현장에 실패, 오는 16∼17일 께 2차 협상에서 원만한 타협을 보지 못하면 결국 노조에는 파업만이 남게 된다.
파업 중의 급료는 업주 측이 지급토록 되어 있으나 업주가 회사의 폐쇄를 선언하면 각 산업별 노조가 회원의 급료를 대신 지불토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 특징.
때문에 많은 업주들이 최근 노조의 파업에「회사폐쇄」로 맞서 직장마다 극한 상태다.
정부대변인은 아직 정부가 개입해야 할만큼 분쟁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지만 노사간의 원만한 관계가 쌓아 올린「라인」강의 기적이 자칫 7백만 노동자의 쟁의 때문에 무너질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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