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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KT에도 ‘황의 공식’ 통하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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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21일 “단말기 출고가 인하 및 고객 만족 제고 노력 등을 바탕으로 단독 영업기간 동안 25만여 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LTE 가입자 900만 명 돌파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한때 무너졌던 이동통신시장 30% 점유율을 회복했다. 최근 수 년간 경쟁사들에 밀리기만 하던 KT가 자존심을 회복해가는 모양새다. 배경에는 지난 1월 27일 ‘KT호’의 선장이 된 황창규(61·사진)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최악 상황에서 CEO 취임
올해 초만 해도 KT의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황 회장이 취임한 다음날 KT는 603억원의 적자를 봤다는 지난해 실적 공시를 내야 할 정도였다. KT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81년 공사 전환 이래 처음이다. 여기에 계열사(KT ENS)의 사기 대출 연루와 120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은 취임 초부터 해이해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데 주력했다.

20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황창규 회장이 ‘기가토피아’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KT]

우선 ‘공룡’으로 불릴 만큼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에 착수했다. KT는 지난달 초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했다. 그 결과 3만2188명의 전체 직원 중 8320명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4명당 한 명꼴이다. 명예퇴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양종인 연구원은 “인력감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연 4972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직에도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사장급을 포함해 130명에 달하던 임원 수를 27%(35명) 줄였다. 황 회장 본인도 자신의 기본급 30%를 반납하고, 회사가 성장세로 돌아설 때까지 장기 성과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

책임경영에 확실한 신상필벌
지난 3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황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회장 자신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황 회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과거 잘못된 투자와 정책을 바로 하겠다”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대국민 사과 발표는 황 회장 취임 이후 공식적인 첫 기자회견 자리가 됐다.

황 회장은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책임경영 정착’과 ‘신상필벌을 통한 리스크 재발 방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KT가 좋은 조직 DNA를 많이 갖고 있고 인재도 많음에도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놀랍다”고 말해 왔다. ‘책임지는 KT’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2009년부터 1조원가량을 쏟아부은 ‘BIT(Business & Information Transformation system)’ 프로젝트가 부실덩어리로 판명됨에 따라 관련 임원들을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KT 본사뿐 아니라 계열사의 책임경영도 강화했다. 계열사 대표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주는 대신 성과에 따라 매년 재신임 여부를 묻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KT는 계열사가 53개(2014년 2월 기준)에 달하고 그 영역도 통신을 넘어 금융·렌털·부동산 등으로 다양하지만 관리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KT는 필요할 경우 계열사 매각이나 계열사 간 합병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휴대전화 단말기 출고가 인하 주도
지난달 27일 단독영업을 재개한 KT는 고객 혜택 강화에 중점을 둔 차별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구입에 따른 잔여 약정과 할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스펀지 플랜’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가입자의 멤버십 혜택을 대폭 강화한 ‘전무후무 멤버십’을 내놓고 충성 고객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모처럼 통신업계 경쟁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 등 16개 기종의 출고가를 30~40%가량 인하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KT가 치고 나가자 S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도 출고가 인하 대열에 합류해야 했다. 덕분에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철기 KT 상무는 “최근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그간 자조에 젖어 있던 임직원들 사이에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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