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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범의 사회 토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법무부는 금년 시정 목표의 하나로 경제 사범의 근절을 다짐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그 나름대로 스스로의 폐해 시정을 통해 자기 보존을 꾀하기 위해 각종 경제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경제 사범은 바로 이 법에 대한 위반 행위라 할 수 있겠다. 당국은 그러한 경제 사범의 예로 밀수·폭리·매점 보석·탈세·불량 수출품 제조 등을 들었다. 비단 그뿐 아니라 조세 시장 화폐 기업 경제에 대한 침해 행위는 일단 모두 경제 사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제도 외형이 커지고 경제 활동이 복잡해져감에 따라 경제 범죄의 소지가 크게 확대되어 가는 현실이다.
그러나 경제 범죄에 대한 사회 일반의 비리 의식은 아직도 추상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 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경제 범죄는 기본적으로 곤궁범적이기 보다는 이른바 「화이트·컬러」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가난하기 때문에 최저 생활의 유지를 위해 경제 범죄를 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는 비교적 교육을 받은 중·상류층 사람이 이욕적 동기에서 자기의 직무와 관련하여 범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밀수 행위 등 극히 부분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위자 스스로 범죄 행위라는 자각이 희박하다.
사회 일반의 의식도 경제 범죄 일반에 대한 것과 구체적인 경제 사범에 대한 것과는 단층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범법 행위나 범법자에 대해서는 파렴치범과는 다르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경제 범죄 억제에 장애가 되는 이러한 의식 구조는 윤리적 사회 토양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 범죄를 규정하는 경제법 자체의 비현실성이 이러한 의식 구조를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장사하는 사람이 세법대로 완전히 세금을 내다간 장사를 지탱할 수 없다고 한다면 탈세 행위가 조장되고 나아가 탈세에 대한 사회적 지탄마저 약화시키기 쉬운 것이다.
그밖에 경제 범죄의 원인으로는 정치·행정적 부패, 부적정한 경제 성장, 경제의 불안과 불균형, 행정 영역의 과도한 확대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우리의 현실은 경제 범죄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상당히 조성되고 있다고도 볼만하다.
경제 범죄를 근절하려면 단속의 강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 사회의 윤리적 토양을 정화하는 능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될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행정 영역도 일반적인 「룰」을 정하고 그 위반을 「체크」하는 이상의 구체적인 경제 활동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도록 폭을 좁혀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행정이 구체적인 경제 활동에 간여하는 이상 필연적으로 경제와 관료가 결탁할 경제 범죄의 소지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밀수의 경우도 단속의 강화만으로는 부족하고 밀수의 유인을 줄이도록 해야한다.
국산품의 품질을 높이고 품질이나 가격이 국제 기준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 품목은 과감하게 수입을 개방할 필요도 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사범도 결국은 전반적인 사회 기강 문란의 일환이라는 인식이다.
따라서 경제 사범이 근절되기 위해선 정책적 대응과 전반적인 사회 기강 확립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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