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늘의 교육풍토를 총 점검한다(6)충분한가…도의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교가 우리정신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는데 우리의 정신문화 속에는 과연 유교의 영향만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까. 불교와 기독교정신은 왜 취급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고등학교 2학년교실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은 A고교 도의담당 교사는 무척 당황했었다고 했다.
교과서에는 이를 특별히 설명한 대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후부터 이 교사에게는「노트」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 교과서 참조>
고교의 도의 교과서인「국민윤리」2단원 「우리겨레의 윤리생활」에 대한 수업이 끝나면 별도로2∼3시간씩 불교와 기독교정신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유수호의길」(반공)과 「국민윤리」(도의) 두 책으로 구분된 고동학교의 도덕과목 중「도의」(국민윤리)는 5개의 단원으로 나누어져있다. ①청소년의 자각 ②우리겨레의 윤리생활 ③현대사회와 국민의 자질 ④근대화와 국가발전 조국통일과 민족중흥 등. 이중 담당교사인 「도의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곤혹스러운 단원이 바로 ②③단원이다.
전통문화를 설명하고 성실과 경애의 정신을 해설하는 2단원「우리겨레의 윤리생활」은 율곡과 퇴계를 중심으로 한 성리학(성리학)사상에 바탕을 두어 편찬됐기 때문이다. 또 서구 사상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3단원 「현대사회와 국민의 자질」편도 인간의 가치관 확립등 양심의 문제가 소홀히 취급돼 이 부분을 완전히 수업하기 위해서는 75년 개편 이전의도의 교과서를 참조하거나 별도의 교재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는 교사가 있다.
『도의라는 포괄적인 주제의 교과서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돼 완전히 성숙된 정신세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방향으로 편집돼야합니다.
따라서 국민학교에서는 같은 주제에 대해 「바른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기초적인 실천예절에 중점을 두게되며 중학에 와서는 민주시민으로 갖추어야할 기본자세를 제시하기 위해 「민주생활」이란 용어를 쓰고 한 단계 올라온 고등학교에서는 그동안의 과정을 학문적으로 처리, 「국민윤리」라는 표현을 하게된 것 같아요.』

<학습교재론 미흡>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와서는 전통문화와 동양사상은 물론 서양 철학사까지도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2,3단원의 내용을 보다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C고교D교사) 2,3단원은 집필자의 연구부족이 아닌가하는 회의까지 나왔다.
『이 단원을 가르칠 때 도의선생들은 공부를 좀 할겁니다. 제 경우는 도의선생이라는 자부심도 여기에 와서 느낄 정도니까요.
가장 신나게 떠들게되고 학생들도 관심 있게 수업을 받아요. 물론 예비고사 출제도 이 단원에 국한되다시피 한 때문이지만 한 권의 교과서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야할 대목이 아닌가해요.』(B고교 C교사) 그러나 내용이 너무 압축된 것 같다는 게 많은 교사들의 의견이다. 최근 강조되고있는 충·효의 문제만 해도 충에 관한 부분은 「총화와 호국」이라는 제목으로 비교적 현실감 있게 다룬데 비해 효에 관해서는 삼강오륜을 설명하면서 약간 언급했을 뿐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하고있다.(D고교E교사의 지적) 2단원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룬 「성실과 경애」의 문제는 「설명조」로 흘러 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도의교육이 실천교육이라는 원리에 따라 당연히 많은 예화를 소개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교·불교·기독교의 사상을 비교할 수 있는 「테마」를 설정해 학생들에게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철학·윤리 등 축소>
3단원 「현대사회와 국민자질」도 과거 개편 전 교과서에 비해 생의 철학, 그밖에 도덕윤리 등 많은 부분이 축소됐다. 따라서 이 부분을 가르칠 때 교사들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상당히 당황해진다.
첫 단원인 「청소년의 자각」역시 너무 서술적으로 처리, 청소년들의 심리적 측면만을 단순하게 다루었다.
『청소년기에 처한 우리의 고민은 무엇인가. 첫째 지적발달에 관한 문제이다.…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꿋꿋한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청소년의 과제」라는 형식의「설명문」만으로는 호소력이 없다.

<일방통행식 지양>
꿈과 낭만, 자유분방한 감정을 지닌 청소년들에게 야망을 품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했고 깊은 감회나 결의를 보일 수 있는 내용의 예시(예시) 가없어 매력도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어느 고교에서는1학년신학기가 시작되면 한 두 달 동안 교과서 없이 도의를 강의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홀할 수 없는 남녀문제에 관해 전혀 언급이 없다.
그밖에 4, 5단원은 내용상 일반사회와의 중복이 많아 한번 읽고 넘어가는 것 정도로 그치는 등 수업이 소홀해지는 게 보통.
결국 지나치게 압축된 2,3단원을 훨씬 비중 있게 보충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많은 교사들이 현행 도의시간에 대해 「일방통행」이란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교육학자들의 지적대로 『어떻게 보고 생각하느냐하는 가치판단의 능력을 길러주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까지 도의교과서는 아직 길잡이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