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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천문가 유원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일이 부자 2대 째가 됐다. 천체 망원경을 자작하는 솜씨도 역시 물려받고 있다. 아버님(전진규·59·전 대전공고 조치원 중고 교장)은 우리 나라 「아마추어」천문가회의 선구자이기 때문에 내가 그 취미에 골똘하고 있음을 오히려 즐거워하시는 것 같다.
별을 관측하려면 산꼭대기에서 밤잠을 자지 않고 지켜야 하는 고달픔이 있다.
아버님은 최근 공기 좋은 충남지방의 산 속에서 며칠을 지내고 또 병이 나셨다. 그 때문에 어머님과는 종종 다투시곤 한다. 하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는 으례 지방으로 관측을 나가신다.
일본 유학시절부터의 취미라 하니까 40년이 족히 되었다. 아버님은 이제 그 기구를 자작해 오는 동안에 제작 기술자가 됐다. 반사경과 「렌즈」의 성능을 검사하는 등 자라나는 「아마추어」천문가들을 지도하는 일로 일과를 보내신다.
우리 나라 「아마추어」천문가들의 가장 큰 고충은 좋은 망원경을 얻는 일이다. 별을 본다는 일은 그야말로 돈 생기는 일도 아닌데, 수십 만원 혹은 수백 만원을 들여 외제를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아마추어」천문가가 되면 으례 제작기술을 배우기 마련이다. 직경의 6분의1 두께가 되는 유리판을 주문해다가 모두 모래로 깎고 연마한 뒤「피치」와 송진을 섞어 산화철로 광을 내고「알루미늄·코팅」을 하여 포물면의 오목 반사경을 만든다. 우수한 성능의 반사경을 깎을 줄 알면 전통과 대를 만드는 일은 좀 수월하다.
「아마추어」들이 가장 많이 쓰는 천체 망원경은 1백50㎜ 6「인치」「렌즈」. 「뉴튼」식으로 5만∼10만원의 제작비가 든다. 국내에 있는 가장 큰「렌즈」는 국립 천문대의 6백㎜ 1대뿐인데 외국엔 6천㎜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별의 관측은 인류의 오랜 신비. 야삼경에 천체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신비함에 휘말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때 느끼는 마음의 후련함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목표는 새별을 발견하는 일이다.
아직 한국에선 새별을 발견한 예가 없지만 금년에만도 16개의 새 혜성이 나타나리라는 예보다.
하나만이라도 한국의 이름을 붙이고 싶다.
▲32세·충남 연산태생 ▲서울대 음대 기악과 졸업 ▲현주소= 서울 성동구 금호3동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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