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발굴"이라던 나도향 작품은 가짜|하동호씨(서지학자)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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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간문학지 「소설문예」가 지난 12월호에서 나도향(1902∼1926)의 밝혀지지 않았던 작품발굴이라 하여 소개했던 장편소설 『젊은이의 봄』은 나도향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작고 작가 작품발굴「붐」을 이루고 있는 문단에 찬물을 끼얹었다.
40년대에 신서원이라는 사람에 의해 『애의 적혼』이라는 제목으로 씌어졌던 이 작품이 엉뚱하게 나도향의 『젊은이의 봄』으로 발표된 까닭은 40년대 어느 출판업자의 농간을 오늘에 이르러 확인도 않고 그대로 믿었기 때문. 서지학자 하동호씨가 「소설문예」1월호에 밝힌 글에 따르면 이 작품이 들어 있는 책이 발행된 것은 43년3월30일, 발행자는 강의영(영창서관주)이었다.
이 책의 표지는 물론 나도향 작 『젊은이의 봄』으로 되어있으나 본문은 나도향의 단편집 『진정』의 지형을 그대로 쓰면서 뒷부분에 신서원의 『애의 적혼』을 끼워 붙였다. 결국 두 책을 합본한 것이라는 것이다.
「소설문예」가 이 작품 발굴과정 중 실수하게 된 것은 나도향의 단편이 끝난 다음 『애의 적혼』이 시작되는데 그 사이에 『젊은이의 봄』이라고 인쇄된 별도 「페이지」가 삽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동호씨가 소장하고 있는 같은 책에는 그 별도「페이지」 다음에 『애의 적혼』에 대한 작자 신서원의 자서가 있는데 「소설문예」 입수 본에는 그 자서마저 떨어져나가 나도향의 작품으로 오인하게 된 것이다.
하동호씨는 또한 이 작품이 나도향의 것일 수 없는 이유로 신서원이 자서에서 『나의 청춘기에 경험한 것 부딪친 것의 모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은 연로한 사람의 청년시절의 회고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나도향이 24세로 요절했기 때문에 과거를 회상할 입장이 못된다는 점을 들었다.
나도향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 발굴됐다고 하여 원로 중진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획기적 성사』라는 등의 찬사를 늘어놓았는데 그것이 나도향의 것이 아님을 알고 나서는 모두들 『속았다』는 표정들. 요즘 각 문학지들이 앞을 다투어 작고 문인들의 작품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것이 모두 믿을만한 것이냐, 가치 있는 것이냐 반성해볼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한편 「소설문예」는 신서원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 작가로서 평가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작품 연재를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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