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에도 주부선수가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국「스포츠」계에『여자선수+결혼=은퇴』라는 등식이 최근 들어 서서히 깨져 가고 있어 화제와 함께 주목을 끌고 있다.
개방적인 서양사회에선 여자선수들이 체력도 좋아 주부가 된 뒤에도 선수생활을 계속하는 예가 많다.
지난 48년 제14회「런던·올림픽」에서 스위스의 두 아이의 어머니인「블랑커·쿤」여사 (30)가 육상「트랙」에 출전, 80m「허들」·1, 2백m·4백m계주 등에서 우승, 4관 왕을 차지함으로써 충격파를 던지기도 했다.
또 최근엔「테니스」의 세계적인「스타」인「빌리·진·킹」·「이본·굴라공」「마거리트·코트」등 이 모두 결혼한 선수인가 하면 한국에 원정 온 구미의 배구·농구「팀」엔 주부 선수들이 여러 명씩 있었다. 특히 소련의 여자배구 선수들이 최근 일본에 원정경기를 와서 쉬는 시간에 아기들에게 젖을 먹였던 장면은 퍽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아직도 보수적인 동양에선 결혼 후엔 대개 선수생활과 인연을 끊는 일이 많다.
다만 일본에서는 지난 68년「멕시코·올림픽」의 체조대표로「엔또」부부가 함께 출전, 화제를 일으킨 일이 있었으나 한국에서는 주부선수는 금기처럼 되어 온 게 통념이었다. 그러나 지난 75년 5월 결혼한「테니스」양정순 양(30)이 이금기를 깨뜨리더니 같은 해 11월에「아시아」투척 계의 거장 백옥자 양(26)이 결혼식을 올리고서도「아시안·게임」3연패라는 초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강화훈련 중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일본서 열린「월드·컵」배구대회에서 한국의 주전「세터」로 활약한 유정혜 양(24)도 11월27일 결혼한 후 내년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주부 선수들도 남편들의 알뜰한 배려로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으니 세대는 많이 바뀌어진 셈.
지난 4월 아들을 낳은 양정순 선수는『순발력이 떨어지긴 했으나 체력은 연습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기염을 토하면서 다만『훈련을 마치고 저녁에 늦게 귀가하면 아기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미안하다』며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또 백옥자 선수는 남편은 물론 시어머니 이상봉 여사(70) 마저『우리집안의 영예는 물론 국가를 위하는 일이니 훈련에 전념하라』고 격려를 해주어 내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자신한다고 했다.
배구의 유정혜 양과 결혼한 이중길 씨(33) 경우도『아내의 선수 뒷바라지는 보람있다』고 말하고 있어서 이제는 한국의 여성「스포츠」도 남자들의 이해 속에 근대화해 가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 체육계의 중론이다. <이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