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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사겠다는 아랍 졸부 줄이어|골치 아픈 「프랑스」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얼마 전 「스카치·위스키」의 원산지인 영국의 호수를 산다고 화제 거리가 됐던 「아랍」의 석유 왕들이 최근 3개월 동안 「프랑스」에 대공세를 펴 「지스카르」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 당국의 속을 썩이고 있다. 발단은 「프랑스」인이 조선술을 자랑하기 위해 제작한 세계 최대 호화 여객선이 「프랑스」호를 「사우디아라비아」인이 사 버린데 이어 도저히 팔 수 없는 것들까지 팔라고 졸라대는 사태도 야기되었다.
『이러다간 「엘리제」 대통령 궁마저 내놓으라고 덤빌지도 모른다』고 쑥덕 공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샹젤리제」대로의 황금싸라기 망을 사는 것쯤은 이미 옛말-. 「엘리제」궁과 바로 붙어 있는 「포카르」궁도 흥정 대상이 되었다. 「드골」과 「퐁피두」 전 대통령이 애지중지, 사색하는 장소로 아꼈던 이 소궁이 비어 있다는 것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탐지하고 수주일전 「포카르」궁을 방문. 현장에서 『내가 이 궁을 사야겠다』고 즉흥 결정을 하고는 용도는 『장차 우리 나라의 대사관으로 쓰겠다』고 선언.
서슴지 않고 3천만「프랑」 (30억여원)을 내놓고 팔라는 왕자의 졸림에 「프랑스」고위 당국자들은 숙의 끝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스카르」「프랑스」대통령은 눈 깜짝할 사이에 4백m의 전원에 둘러싸인 그 자신의 성을 팔아 넘길 뻔했다. 한 「사우디아라비아」 태수가 4천만「프랑」 (40억여원)을 선뜻 내놓고 사냥을 위한 매를 키울 테니 내놓으라고 했던 것. 「지스카르」가 딱 잘라 거절한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더 간이 큰 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드골」 가족에게 「브와스리」성을 3천5백만 「프랑」에 팔라고 제의. 「프랑스」인들을 더욱 대경 실색 시킨 것은 이 성 매입에 실패한 왕자가 「드골」이 조용히 묻혀 있는 그의 고향 마을 「콜롱베·레·되제글리즈」의 대부분을 사겠다고 제의한 사실.
그는 「드골」 장군을 너무나 존경하기 때문에 고향 마을을 「아랍」 도시로 개조하겠다고 대 야망을 펼쳐 보였으나 헛물을 켰다. 실망 끝에 「파리」로 돌아온 이 왕자는 불 정부가 영빈관으로 쓰는 「크리옹·호텔」을 사겠다고 제의했으나 거절당했고 또한 해군성 건물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복, 팔라고 했으나 당연히 성공하지 못했다고.
불 정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철강 공업 시설을 사겠다는 「이란」의 석유 거부들.
서독의 유명한 「크루프」 공장의 대주주가 된 「이란」인들이 「프랑스」 산업 시설을 손에 넣기 위해 흥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 정부는 「오일·달러」에 국토와 기간 산업을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대책을 짜느라 고심중이다.
그래 「아랍」 왕자들이 사는 모든 물건과 부동산에 대해 원가의 90%나 되는 세금을 부과할 것도 고려중이나 아낌없이 「달러」를 뿌리는 이들에게 이것이 과연 효과적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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