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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서 여론조사 후유증 앓는 새누리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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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구성면 주민 100여명이 12일 "녹취록 공개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여론조사를 둘러싼 내홍은 새누리당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공천=당선’의 패턴이 뚜렷한 대구·경북지역의 잡음이 심하다. 착신 전환과 같은 조직적 행위가 발견된 경우는 다소 적지만 엉터리 여론조사에 반발하는 예비후보는 잇따르고 있다. 후유증에 시달리다 아예 무공천을 선언한 곳도 있다.

새누리당 경북 칠곡군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조민정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면접원들이 유도성 질문을 했다”고 했다. 정확한 지역과 연령을 묻는 게 아닌 “○○면에 사시죠?” “20대죠?”라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옆에 젊은 사람 있으면 아무나 바꿔 달라”고 하기도 했단다. 이 때문에 “문구 하나로 몇 %가 오르내리는데, 이런 주먹구구식 여론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 영덕군수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한 김성락(57) 예비후보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여론조사의 30%는 조정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경북도의원 경선에 나섰던 박순범(57)씨는 “해당 지역이 아닌 주민에게 여론조사를 했다는 제보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김천도 시끄럽다. 김천시 구성면 주민 100여 명은 12일 이철우 의원 (김천) 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김천시의원 마선거구 공천에서 탈락한 여의동 예비후보 지지자들로 여론조사 관련 녹취록 공개 등을 요구했다. 같은 지역 예수해 예비후보도 공천 무효 가처분신청을 냈다.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김형렬 예비후보도 “집계표가 거짓으로 드러난 데다 응답자 수를 임의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대구지법에 11일 공천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상주·울진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목 맞은 조사업체=단순히 참고자료가 아닌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면서 여론조사 시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름을 등록한 여론조사 업체는 90여 개를 넘고 있다. 업계에선 당내 경선과 관련해 리서치앤리서치가 가장 많은 의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위 자리를 두고 코리아리서치센터, 한국리서치, 미디어리서치 등이 경합 중이다.

방식은 이렇다. 중앙당에서 10∼30개의 주요 여론조사 업체 리스트를 정리하면 이 중 두 군데를 각 지역 도당이 정한다. 표본집단을 몇 명으로 할지는 후보자 간 협의사안이다. 조사 대상자 한 명당 약 1만5000원의 비용이 든다.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다면 1500만원을 여론조사 업체에 줘야 한다는 얘기다. 비용은 후보자 부담이다.

일반인을 특정 공간에 불러 경선을 치르는 공론조사나 국민참여경선 등에 드는 비용은 한 명당 6만∼8만원이다. 전화면접보다 4배 이상 비싸다.

조사는 지역·연령·성별 등 인구 구성에 맞게끔 샘플을 추출해야 하는데, 문제는 농촌지역이다. 대부분 낮시간 유선전화로 묻는 탓에 20대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무작정 가중치를 높일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은 촉박하다. 그러다 보면 할당량을 억지로 꿰맞추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쓰곤 한다”고 털어놨다.

여론조사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면서 급기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북 김천지역에선 여론조사를 한 서울 소재 Y리서치가 “할당표의 오류로 일부 지역 할당이 잘못돼 이모 후보의 득표율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이 업체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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