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오대양 때처럼 안 당해" … 검찰 "법 무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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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조계웅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대변인이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 정문 앞에서 “종교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며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신도 300여 명은 이날까지 3일째 검찰의 접근을 막기 위해 금수원 정문을 봉쇄하고 있다. [뉴스1]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15일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유 전 회장 소환을 하루 앞둔 검찰과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사흘째 집단 농성 중인 신도 50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23년 전 오대양 사건 당시 사회에서 내몰려 갈 곳이 없어진 후에도 생존의 터전을 만들었다”며 “왜 세월호 사고가 우리 구원파의 책임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조계웅 기독교복음침례회 사무국 대변인은 “침몰 책임은 청해진해운이지만 사망 책임은 해경”이라며 “책임이 더 큰 해경보다 청해진의 주식을 소유한 유씨 일가 및 관계사 대표 등이 더 강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어 “검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금수원에 진입할 경우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원파 어머니회 신도 이모씨는 “1991년 오대양 사건 수사 때와 이번 수사가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다. 그 결말이 어떠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때처럼 당할 수만은 없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기에 더욱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금수원 앞에는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적은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전국 각지에서 온 신도들은 이날 오전부터 이불과 침낭을 손에 든 채 승합차와 미니버스를 타고 왔다.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신도들은 종일 “10만 성도는 순교도 불사한다. 죽음도 각오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도 성명서 발표로 맞대응했다. 검찰은 성명서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종교 탄압 운운하는 사실 왜곡과 법 무시 태도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유 전 회장 일가가 당당한 태도로 수사에 협조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난항 겪었던 종교집단 수사=과거에도 종교집단 수사는 집단 자살, 해외 장기 도피 등 각종 장애물에 시달렸다. 특히 교주가 외국으로 도망치는 사례가 많았다. 99년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내사를 받던 국제크리스찬연합(JMS) 총재 정명석씨는 10년 가까이 대만과 홍콩·중국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했다.

 해외에서도 종교 집단 수사는 힘든 과제다. 78년 신도 914명이 집단 자살한 미국의 인민사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짐 존스 목사의 성 추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미국 정부는 인민사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존스는 “박해를 피한다”며 신도들을 중남미의 가이아나로 이주시켰다. 정글을 개간해 존스타운이란 신앙촌을 만들었다. 존스는 종말론을 선포하며 신도들에게 자살을 훈련시켰다. 과격파 신도들은 78년 3월 존스타운을 방문한 리오 라이언 미국 하원의원과 기자들을 살해했다. 소식을 들은 존스는 신도들에게 집단 자살을 명령했다.

 93년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산에서 기독교 종말론을 신봉하는 다윗파 신도와 연방수사국(FBI)이 충돌했다. FBI가 이들의 불법 총기류를 압수하려고 진압 작전을 벌이자 다윗파가 총을 쏘며 저항해 어린이 25명을 포함해 86명이 숨졌다. 2년 뒤 다윗파 신도인 티머시 맥베이가 웨이코 사건의 보복을 주장하며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 청사를 폭파했다. 이 테러로 168명이 희생됐다.

심새롬·이서준·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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