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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찾아가는 교실 … 조금씩 웃음소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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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스승의 날인 15일 안산 합동분향소에 안치된 단원고 교사들의 영정 앞에 학생들이 가져온 카네이션과 편지들이 놓여 있다. 이곳 분향소에는 단원고 교사 7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다. [뉴시스]

세월호 희생 선생님께 부치는 편지

지혜쌤. 스승의 날인데 왜 이젠 볼 수 없는 곳에 계세요.
배가 기울어지는 거 선생님도 알고 계셨잖아요.
나오셨어야죠. 왜 그러셨어요. 살 수 있었잖아요.
정말 많이 보고 싶은데.
한 가지 청이 있다면 딱 한번만 다시 저희 담임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너무도 예쁘고 좋은 우리 지혜쌤. 이제 편히 쉬세요.


교실 밖으로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렸다. 휴식시간에는 교실 안팎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세월호 사고 한 달을 맞은 1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모습이다.

 분위기는 등교 시간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오전 7시45분쯤 일부 학생은 팔짱을 끼고 교문을 향했다. 교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여학생도 있었다. 기다리던 친구가 늦게 오자 “야 왜 이리 늦게 와. 내가 매일 전화해야 하니”라며 핀잔을 줬다. 세월호 침몰 이후 첫 등교일인 지난달 28일에는 이와 사뭇 달랐다. 학생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대화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학교 앞 서점 주인 이경원(56·여)씨는 “사고 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다. 마음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단원고회복지원단장인 경북대 정운선 교수는 “일부 학생이 아직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추모 분위기는 여전했다. 대부분 학생은 가슴에 노란 리본를 달아 선·후배들의 희생을 애도했다. 또 이날 스승의 날을 맞아 케이크와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들고 교실로 향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교 측에서 별도의 스승의 날 기념식을 하지 않기로 하자 스스로 준비한 것이다. 교문에는 축하 현수막 대신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학교 담장에 놓인 추모글 메모판에는 스승에게 직접 전해졌어야 할 학생들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세린’ ‘승정’이라고 적은 두 학생은 2학년 7반 담임인 고 이지혜 교사에게 “은혜에 보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근 주민들은 메시지를 읽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학교 측은 언론에 교실 안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교사들이 분위기를 전했다. 학생들은 희생된 교사와 학생을 위해 묵념했다. 들고 온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스승의 날의 의미를 생각했다. 학교 측은 최근 학생 대부분이 희생된 2학년 교실을 개방했다. 선·후배와 추억이 쌓인 곳이어서 학생들의 출입을 막지 않은 것이다.

 전광수(50) 교감은 “쉬는 시간 등에 2학년 교실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단원고 학생들은 1학년 423명 중 414명, 3학년 505명 중 501명이 출석해 6교시까지 수업을 받았다. 또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13명과 구조된 뒤 정상수업 복귀 판단을 받은 2명 등 2학년 15명도 학교에 왔다.

 경기교육청도 지난 14일 단원고 수업 정상화를 위해 8개 교과목에 10명의 교사를 충원했다. 생존한 2학년 학생들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이들은 지난 12일부터 안산 모 연수원에서 6교시까지 교과수업을 하고 있다. 상담 등 심리치유도 받고 있다.

안산=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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