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 공업화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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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쪽으로 최신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한편에서 우리 나라 공업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부문을 그대로 지닌 채 바야흐로 중화학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73년1월 정부가 중화학공업화정책을 선언한 이래 철강·기계·조선·전자 등 공업 각 부문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이제 중화학 공업화율이 50%를 넘게될 단계에 와 있는 만큼 지난 20년간의 공업화 정책을 종합분석, 앞으로의 정책방향과 추진전략을 재조정 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왜냐하면 각부문간의 편차·산업간 및 업종간의 계열화의존, 기초소재와 중간재의 지나친 대외의존, 기술수준 및 시설의 낙후 등 많은 취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시점에서 이러한 취약점에 대한 보완 없이는 진정한 중화학공업의 확립이 불가능할 것임을 깨달아야 하겠다. 우리 나라 공업이 치열한 국제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시설 등 모든 면에서 국제적인 규모와 국제적인 기술 수준을 주체적으로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철강공업만 하더라도 국내 최대의 포항제철이 국제규모인 연산 5백만t에 아직 못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밖의 업체들은 영세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류는 매년 수입량이 총 수입액의 약30%에 달할 만큼 수입대체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고, 품질·정밀도·내구성이나 가격 면에서 국제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기계류의 국산화 율을 지금의 50%수준에서 81년엔 74%로 제고시키고 「플랜트」 수출을 포함, 중화학공업을 수출주종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선반 등 10개 품목 19개 기종을 중점 육성키로 했다.
이러한 계획에 맞추자면 공업각부문의 선별적인 육성방안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기술개발의 선행이 요구되는 것이다.
중화학공업은 다른 산업과의 전후방 연관도가 높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계열화를 통한 내부생산구조의 균형적인 발전 기반의 조성이 시급하다.
계열화는 단순한 생산공정상의 하청관계에 국한되는 생산계열화뿐 아니라 원료·자본 등 모든 면에서의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관련아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총체적으로 설비효율을 높이는 방향에서 공업간·업종간의 전문화·계열화를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술개발의 촉진시책이다.
기술개발을 위해선 과학기술인력의 저변확대와 아울러 해외선진기술의 과감한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나라의 연구개발투자는 GNP의 0.5%선에 불과하고 기술도입도 연1백여 건 밖에 안된다. 그 나마의 부진한 기술도입도 일본으로부터의 2차적인 간접기술이 대부분이다.
이런 간접기술의 도입으론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중공업화는 단지 공장을 세운다는데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경쟁력이 있게 공업고도화를 이룩해간다는데 참뜻이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지금 중공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기술수준의 전반적 향상인 만큼 기술개발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금융·행정 등 여러 지원조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 근원적으로 기술혁신은 민간기업의 경쟁을 통해 가장 자극된다는 점에서 경쟁체제의 확립에도 깊은 배려가 있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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