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둑, 일본과 어깨 겨룰 날 멀잖다|한국 바둑 정상 「왕위 타이틀」 방어한 조훈현 7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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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일 열린 제2기 「왕위전」 도전 5번 승부 제3국에서 조훈현 7단이 도전자 김인 8단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왕위 「타이틀」을 방어함으로써 그가 차지하고 있는 한국 바둑 정상의 자리가 쉽게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조 왕위의 금년도 전적은 24승1패의 기록적인 것인데 승단전에서의 1패 (김수영 5단)를 제외하면 각종 「타이틀」전에서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이다.
뛰어난 기사가 많은 일본에서도 이 같은 성적을 낸 기사가 거의 없고 보면 국내에서는 당분간 그의 적수가 없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왕위 「타이틀」을 방어함으로써 그는 여전히 국내 11개 「타이틀」 중 7개를 장악하고 있는데 「명인전」 (「타이틀」 서봉수 5단) 「패왕전」 (「타이틀」 김인 8단)의 도전자 선발 「리그」에서도 각각 3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어 이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 바둑계는 조훈현 1인 천하가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왕위 「타이틀」을 방어한 것은 금년의 가장 기쁜 일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상금 (2백만원)이 많아 크게 도움이 되리라면서 활짝 웃는다. 『이제는 우리 바둑도 일본 바둑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성장했다고 보는데요. 그 실력을 가늠해 볼 만한 기회가 오지 않아 아쉬워요.』 조 왕위에 의하면 60년대만 해도 한일 교류 대국에서 우리 기사들이 일방적으로 패했지만 지금은 호각을 이룰 것이 틀림없다는 것.
그래서 지난번 일본 기성 「타이틀」 보유자 후지사와」 (등택수행) 9단이 내한했을 때 그가 비록 대선 배지만 솜씨를 보이려 했는데 대국이 실현되지 못해 섭섭했다면서 바둑으로「한국」을 세계에 떨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조 왕위는 62년 9세 때 최연소 기록으로 입단하고 다음해인 63년 도일, 「세고에」 (뇌월헌작) 문하에서 9년 동안 바둑 수업을 닦은 후 72년 귀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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