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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불 정계에 꼬리 무는 유언비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어떤 자유롭고 개방적인 정치·사회 체제를 가진 나라라도 유언비어란 존재하는 것 같다. 「프랑스」는 자유가 하나의 정치적 이상으로서가 아닌 전국민이 생활화되다시피 하고 있지만 유언비어가 남발, 당국의 속을 어지간히도 썩이고 있다.
왜냐면 근거 없는 (?) 소문들은 국가 원수인 「지스카르」 대통령이나 「미테랑」 사회당서기장, 「마르셰」 공산당 제1서기 등 최고 정치 지도자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이 없는 소문들은 좌파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을 예상, 그들의 공동 강령을 실천하는 안을 만드는데 실패한 것을 계기로 만발하고 있다.
좋은 예로 「지스카르」 대통령과 「미테랑」 서기장이 두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극비리에 만나고 있다는 유언비어이다. 이 소문은 사회당과 공산당이 집권 후 국유화할 기업들을 놓고 논쟁 끝에 좌파 정상 회담이 깨어진 직후 갑자기 퍼져 나갔다. 「미테랑」은 국유화 대상을 최고 1백여개, 「마르셰」는 7백여개로 제시, 서로 타협을 못보고 72년 좌파 연합이 성립된 이래 분열이냐, 재결합이냐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된 순간 생겨난 소문이다. 「지스카르」와 「미테랑」이 만났다는 것은 「미테랑」이 국유화 문제에 있어 공산당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묵계를 극 비밀리에 「지스카르」에게 했지 않느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마르셰」 공산당수는 「미테랑」을 의심케 만들며 「지스카르」는 앉아서 표를 모으게 되는 것이다. 이 소문은 「프랑스」의 어느 신문에도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럴듯하게 자꾸만 번져가 기정 사실화 되어 가고 있다. 불론 이 밖에도 유언비어는 많다.
『「미테랑」이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 되었고 『「지스카르」의 건강도 갑자기 나빠지고 있다』는 속삭임도 심심치않게 나돈다. 심지어는 이들의 단골 병원에 근무하는 사돈의 8촌까지 「소스」가 등장하면서 마치 사실처럼 착각하게 한다.
또 「지스카르」 대통령은 좌파 집권에 대비, 재산을 멀찍이 「홍콩」에 빼돌렸다는 소문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테랑」 역시 유사시에 대비, 거액의 현금을 인근 어떤 나라에 감추었다고도 한다. 더욱 「마르셰」공산당 수조차 금 덩어리와 「다이어몬드」가 가득찬 금고를 「스위스」 은행에 맡겼다는 소문까지 있다. 이 같은 유언비어에 대해 결코 해명할 방법이 없으며 또한 규제할 수도 없는 나라가 「프랑스」이다.
「르·몽드」지는 유언비어라는 「여론의 전염병」을 우려했다. 때때로 유언비어의 대상은 그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부인한다.
그러나 부인한다는 것은 해명의 비법이 아닌 것이다. 『부정한다는 것은 「미스터리」를 점점 키울 뿐이다. 또 신중하고도 완전한 해명과 설명도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침묵도 부정도 설명도 무용이다』고 이 신문은 개탄하면서 처방은 정치인들의 비밀 취미를 버리고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하루속히 씻는데 있다고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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