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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사건 타협에의 접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동선 사건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한미간의 외교 교섭이 재개되는 것과 때를 같이 해 미 하원은 이 사건 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러한 미 하원의 대한 결의안 채택은 태도, 시기, 방법 등 몇가지 점에서 매우 「델리키트」하다.
물론 미국 의회는 필요하다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입장을 밝힐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 국내 문제가 아닌 외국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상대국의 입장이나 상황을 충분히 참작하는 외교적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다루는 미국 의회의 태도는 외교적으로 상당히 거칠다는 편을 면키 어렵다.
하원 국제 기구 소위나 윤리위의 대한 「로비」 활동 청문회의 진행 과정을 보면 관련 미국인의 이름은 숨기면서 한국인 혐의자의 경우는 추측까지도 공개되고 있다. 이는 미 하원 자체 안에서도 하원 수칙을 위반한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는 정도다.
또 시기적으로도 한국 정부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박동선 사건을 어떻게든지 해결하려는 노력이 다시 취해지고 있는 마당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로서는 지금 미국에 대해 그야말로 예외적이라 할 정도의 성의 있는 협조 자세를 취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당면 문제가 되고 있는 박동선씨에 대한 미국 측의 조사는 국가간의 법제도상의 충돌 때문에 원래 무리한 것이었다. 「록히드」 사건 때도 미국인 「코치안」씨에 대한 일본 측의 조사는 시종일관 미국 수사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해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줄곧 그 이상의 협조 자세를 견지해왔고, 이번에 또 좀더 전진적인 협조 용의를 표명한 것은 오히려 특례에 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양국 정부간에 또 다시 새 차원의 협력이 모색되기 시작한 때에 미 의회가 고압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상대방의 성의에 대한 대접이 아니다.
더우기 미 의회에 철군 보완을 위한 8억 「달러」상당의 무기 이양 법안이 계류되어 있는 시기에 채택된 대한 결의안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상호 결부되어 있다는 의혹을 금하기 어렵다.
원래 협조를 하는 측과 받는 측은 그 협조의 만족도에 대한 느낌이 다른 법이다.
우리가 아무리 최대의 협조를 한다해도 미국의 입장에선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동적인 판단에 철군 보완 같은 중대 안보 문제가 결부된다는 건 한·미 양국 모두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해선 미국의 의회·언론 등에서도 양식 있는 우려가 상당히 제기되고 있어, 미 의회도 결국은 두 문제를 구별하는 객관성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로서도 박씨 사건의 천연이 전통적인 한미 우호 관계를 손상하거나, 한국의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결코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의 모든 국민은 한미 우호와 한국의 안보에 득이 되지 못하는 박동선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를 위해 양국이 기필코 타협적인 합의를 이룩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과 법제도 보다 이해하는 자세로 양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성의 있는 노력을 경주하도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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