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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총 점검…한국과 외국의 경우|고졸시험으로 대입 결정 이집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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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집트」청소년들의 장래는 고3때 치르는 졸업시험으로 판가름난다.
『인생 최대의 갈림 길』로 불리는 이 고교졸업시험의 성적이 곧 대학진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매년 6월 상순, 전국 일제히 공동출제로 치르는 이 시험은 고교 전교과목에서 출제되며 대학 측은 시험성적 순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대학교수·정치가·고급관료 등 사회 지도층으로 출세하려는「이집트」의 야심 많은「엘리트」들이 거쳐야 하는 고등교육 기관은 국립「카이로」대학. 창설 70년의 전통을 지닌「카이로」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교 졸업시험의 성적이 전체 응시자의 5%이내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서울대학이나 일본의 동경대학의 입시경쟁에 버금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전과목에서 출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고졸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은 연평균 15만 명 선으로 우리나라 대입예시응시자의 절반 가량.
성적순으로 50%이내에 들어가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 우리나라 대입예시경쟁보다는 경쟁률이 심하지 않은 편이나 문제는 「카이로」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데 있다.
「카이로」대학의 입시경쟁은 취업이 보장되는 의과대학이나 공학 부 등 이공계가 문학부보다 더 심한 편이다.
「카이로」시내 일부 고교생 중「카이로」대학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의 입시준비는 부모·친척·친족이 모두 합세한「총력입시작전」으로 통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하루 수면시간을 5시간으로 줄여 과외공부를 하고 졸업반이 되면 잠자는 시간이 3시간으로 줄어든다. 시험을 한달 앞둔 수험생들 중 일부는 아예 밤을 새우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해마다 5월이 되면「카이로」시내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2배 가량 늘어나고 있다.
가족들의 뒷바라지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극성스럽다.
부모들은 교대로 한 밤중에 일어나 잠을 쫓는 진한「코피」를 끓여 내놓고 빵·우유 등 간식으로 자녀들의 건강을 돌본다.
부유한 가정에서는 과목별로 여러 명의 가정교사를 두고 과외공부를 시키고 있으며 친척이나 부모의 친구들도 수험생을 격려하는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

<5%이내면 합격>
학관은 없으나 친족간의 단결심이 강한 회교사회인지라 동네에 있는 회교사원을 과외공부장소로 제공. 절이 학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같은 과외공부「붐」으로「카이로」시내 유명한 고등학교의 선생들은 밤늦게까지 가정교사로 뛰어다니며 교사월급보다 많은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수험생들이 내는 수강료는 월25만5천 원(3백「파운드」선). 한 명의 가정교사가 보통 4∼5명씩을 맡아 가르치기 때문에 월수입은 1백 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이집트」세무당국은 가정교사 부수입에 소득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카이로」에서 발간되는 일간지들이 전하고 있다.
「이집트」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기 때문에 신문·방송 들「매스컴」에서는 매일 같이 입시「가이드」등 교육 난에 많은 지면과 방송시간을 할애하고 있다.「이집트」입시경쟁의 절정은 고졸시험성적을 발표하는 8월에 빚어진다.
성적순에 따라 수험생의 명단이 공개되면 지역별로 향토의 최우수학생에게 기념품이 주어지고 지역마다 씨족을 대표하는 촌장의 이름으로 우수한 수험생을 격찬하는 광고가 사진과 함께 크게 실린 다.
이때쯤이면 동네마다 친족들끼리의 축하잔치가 벌어지고「카이로」대학에 입학한 수험생은 부락의 명예를 드높인 명사로 아낌없는 칭찬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축제와는 대조적으로 낙방 생은 수치심 때문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좌절감에 허덕이게 되며 끝내「나일」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사태가 빚어지곤 한다.
「카이로」주재 외국인상사에 근무하는 한 여자 대학생은『시험에 떨어졌으면「나일」강으로 갈 결심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여대생은『고졸시험에 좋은 성적을 올려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결혼 때 지참금 5백「파운드」와 맞먹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자살사태 빚기도>
「이집트」에는「카이로」대학이외에도 오랜 전통을 지닌「아자르」대학과「알렉산드리아」「아인삼즈」대학 등 이 있고 시험성적을 받으면 대학별·학부별로 11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카이로」대학에 낙방하면 재수 없이 성적순에 따라 다른 대학에 진학한다.
「카이로」대학의 이공계는 입시경쟁이 문학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실정. 지난해「카이로」대학 의학부의 신입생「커트·라인」이 평균 89점이었다.
국립대학은 수업료가 없으며 장학제도까지 많아 돈벌면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
「이집트」도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중-고등학교가 있으며 이 사립학교에서 충실한 교육을 받은 돈 많은 학생들이 국립대학에 들어가 수업료를 내지 않고 공부하는 모순된 제도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을 빚고 있다.
시험관리는 매우 엄격한 편.
고「나세르」대통령의 장녀가 이 시험의 성적이 나빠「카이로」대학에 낙방, 2류 대학에 다니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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