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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현금 영수증 카드' 어떤 효과 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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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할 현금 영수증 카드 제도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얼마나 드러나게 할까.

정부가 조세 형평성 확보와 재정수입 증대를 위해 추진 중인 현금 영수증 카드 제도는 올 초 정부안으로 확정됐다. 정부가 상거래질서를 바로잡는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데 비해 그다지 큰 효과를 내지 못하리란 회의론도 있다.

◆도입 배경=신용카드 영수증 제도 도입 이후에도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현금 거래 업소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겠다면 현금을 낼 때 원칙대로 영수증을 발급하라는 뜻이다.

1999년 국민의 정부가 조세개혁의 역점 사항으로 도입한 신용카드 영수증 제도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상당부분 노출시켰다. 많은 업소에서 1만원 안팎의 소액도 카드 결제로 받고 종합병원 의료비.영화관 입장권.항공권에까지 신용카드의 이용이 일반화됐다. 98년 4천2백만장이었던 신용카드 발급은 지난해 1억4백만장에 이르렀다.

하지만 신용카드 이용 활성화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인 고소득 자영업자와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업소들은 여전히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있다. 현금 영수증 카드는 이처럼 현금 수입 비중이 큰데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소매업과 학원.개인병원.변호사.회계사 등을 중점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운영 방식=먼저 자영업자의 영업장에 국세청 전산망과 연결되는 전용 단말기를 설치하고, 소비자에게는 현금 영수증 카드를 나눠준 뒤 물건.서비스 대금을 현금으로 낼 경우 카드에 기록함과 동시에 거래금액이 국세청에 보고된다.

"별도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의 기능을 보완하면 된다. 매출을 줄이거나 누락시키는 등 조작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정경제부 백운찬 소득세과장)

이용 방식은 신용카드와 별로 다르지 않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현금으로 계산할 때 카드를 내면 업소 주인이나 종업원은 그 카드를 받아 단말기에 체크하고 영수증을 발급한다. 소비자는 영수증을 모아두었다가 연말정산 때 제출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카드는 국세청이 약 3천5백만장을 준비해 나눠줄 예정이다.

◆기대 효과=현금 영수증 카드는 2.5~3%에 이르는 신용카드와 달리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다. 또 이용금액에 대해선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현금 영수증 주고받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는 외상거래라는 점에서 업소에 강요할 수 없었지만 현금 영수증은 현금 거래인만큼 영수증 발급을 거절할 명분이 약하다는 게 장점이다. 따라서 신용카드도, 현금 영수증도 거절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실시할 명분이 높아져 자영업자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금 영수증 카드 제도가 도입되면 결국 성형외과.안과.치과 등 개인병원과 변호사,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미용실.의류업체 등의 과표가 대폭 현실화할 것이다. "(국세청 박찬욱 부가가치세 과장)

◆사전 준비 잘해야=예상되는 문제점은 자영업자의 반발과 조세마찰이다.

"자영업자들이 잘 따르면 큰 효과를 보겠지만 그동안 감춰온 과표를 드러내 (전에 없던)손해를 보는 일이라서 효과는 두고 보아야 한다. 흐지부지된 금융실명제를 제대로 실행해 자금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다.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

신용카드 영수증 제도 도입 이후 신용카드 이용이 크게 늘었지만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여전히 30%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가맹점이 1백30만 업소에 이르렀지만 미가맹 업소(1백50만)가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될 만큼 자영업자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새 제도의 도입 비용도 숙제다. 사용 중인 신용카드 단말기를 보완해 쓸 수도 있지만 단말기 교체 주기(약 7년)를 감안하면 오래된 단말기에 현금 영수증 카드 기능을 추가하려면 새 것으로 바꾸는 게 불가피하다.

조세연구원 현진권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이 과표 노출을 여전히 꺼리기 때문에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동호 경제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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