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 협회|「서울음악제」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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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음악제」는 지난 8년간 신인 작곡가를 위한 유일한 등용문이자 기성 작곡가들에게는 화려한 작품발표의 무대역할을 해 왔다.
지난 69년 한국음악협회가 당시 거의 황무지와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창작음악의 진흥을 위해 마련한「서울음악제」는 76년까지 8회를 거듭해 오는 동안 1백여 명의 신인작곡가를 한국 악단에 배출했다.
기성 작곡가에게는 새 작품을 위촉하고, 신인 작곡가로부터는 작품을 공모하여 입상작을 뽑아 음악제에서 연주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음악제」가 계속된 지난 8년 동안 이 음악제를 통해 발표된 창작 곡들은 가곡 52곡·합창곡 43곡·실내악곡67곡·관현악 곡 39곡, 그리고 유일한「오페라」곡『자오고』 (김달성 작곡)까지 총 2백2곡.
특히 수상대상이 된 제6회(74년)부터 8회(76년)에 이르는 동안에는 전반적인 작품수준이 높아져 최인찬 씨의『관과 현과 타악기를 위한 음악』(74년), 강석희 씨의『대편성 관현악을 위한 반사』(75년), 이계재 씨의『두개의「플롯」과「피아노」를 위한「레겐트」』등의 우수 작이 발표되었다.
특히 강석희 씨의 작품『대 편성 관현악을 위한 반사』는 지난 76년 9윌 미국「보스턴」 에서 열린 국제현대음악제에 입상, 연주되어 호평을 받아 국제적으로 한국 작곡 계의 수준을 가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울음악제」를 통해 한국 작곡 계에 첫선을 보인 작곡가 중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곡가로는 오숙자·김청묵·주영자·이연국 씨 등. 그밖에 정회갑·박중후·장일남·이영자·백병동·이성천·김순애 씨 등 거의 모든 기성작곡가들이 그들의 야심적인 신작을「서울음악제」를 통해 발표했다.
공모·위촉 등 총25곡의 작품을 선정하고 날짜까지 11월9∼11일로 잡아 놓았던 제9회 「서울음악제」는 현재 갑작스런 문공부의 예산지원 중단통보로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음협(이사장 조재현)이 지난 8년간 계속해 온「서울음악제」가 우리 창작음악계에 끼친 공로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연주위주의 한국음악풍토에서 창작음악인 작곡에 음악인 및 일반의 관심을 갖게 한 점 ▲작곡 료를 작곡가에게 지불하고 신 작품을 위촉하여 창작음악진흥에, 진력한 점 ▲전야제로 국악연주회를 마련, 국악작곡 진흥 및 국악의 보급에 공헌한 점 등.
작곡의 불모지였던 우리 땅에 최근 어느 정도 활기를 띠는 작곡활동의 기틀을 마련해 준 공로는 전적으로「서울음악제」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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