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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밥 태워 중앙난방 하는 농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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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무 때나 수도꼭지만 돌리면 더운 물이 나오니 편해요.”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속칭 파로호 느릅마을에서 네 칸짜리 단독 주택에 혼자 살고 있는 정덕희(75) 할머니는 지난겨울을 따뜻하고 편하게 지냈다. 집에서 100여m 정도 떨어진 바이오매스센터에서 공급한 뜨거운 물(80도)로 난방을 하고 세수나 빨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56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정씨의 집은 그동안 몇 차례 바뀌었다. 흙벽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다시 강판 지붕이 됐다. 난방 재료도 나무에서 연탄으로, 그리고 기름보일러로 교체됐다. 그러다 지난해 사랑방은 남겨두고 본채는 지역난방시설을 설치했다.

 농촌마을 단독 주택에 아파트 중앙난방과 비슷한 지역난방시설이 도입됐다. 유촌리는 2011년 산림청으로부터 산림탄소순환마을로 선정됐다. 산림자원에서 발생하는 톱밥 등 에너지원을 재활용하고 환경도 보호하자는 게 목표다. 마을 창고를 리모델링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센터를 만들고 이곳에 연간 360t의 목재 팰릿과 칩을 사용할 수 있는 보일러를 설치했다. 센터와 주택은 총 4.1㎞ 길이의 배관으로 연결됐다. 지역난방시설은 전체 134가구 가운데 78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바이오매스센터 등 주요 시설은 국비 등 43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주택 리모델링 비용은 개인이 부담했다.

 노인회관을 비롯해 20채의 주택은 이중창을 설치하는 등 리모델링했다. 열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부 주민은 정착할 곳을 찾다가 지역난방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곳에 집을 짓기도 했다.

 화천군은 바이오매스센터 운영으로 연간 2억원이던 이 마을 연료비를 40%까지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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