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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정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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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파트」투기가 날로 가열돼 가고 있다. 하룻밤을 새고 나면 「프리미엄」이 달라지고 기존「아파트」값도 천정부지로 나날이 치솟기만 하고 있다.
연초 2백만원하던 주공「아파트」가 4백50만원(13평기준)까지 올랐는가 하면, 9백50만원(30평)하던 H「아파트」는 1천6백만원까지 올랐고, 신축분양되는 「아파트」도 분양가격이 50%나 오른 데다가 평당3, 4만원 하던 「프리미엄」이 10만원을 홋가하고 있다.
최근 1백60가구를 모집한 K「아파트」에 1만9천8백 여명이 몰려 1백24대1의 치열한 경합을 보였으며 동원된 자금만도 수백억원에 달했다.
「아파트·붐」이 이같이 투기의 도를 지나 「이상과열」의 사태에 이르자 당국은 뒤늦게 세무사찰을 비롯한 각종 규제책으로 단속에 나섰으나 일단 붙은 불길은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이 계속 투기자금이 몰리는 것은 그 어느 투자대상보다도 「아파트」가 손쉽게 많은 초과이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돈의 생리로 보아 며칠사이에 수백만원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이 손쉽고 안전한 투자에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는 것은 어느 모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생산자금으로 돌려져야 할 이 엄청난 돈이 비생산적인 투기행위로 쏠림으로써 「인플레」를 유발시키고 서민의 주택난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를 혼란의 와중으로 빠뜨릴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는데서 「아파트」투기는 이제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된 느낌이다.
당초 정부는 과열기미를 인지하면서도 규제를 가할 경우 모처럼 일기 시작한 주택건설 경기가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수수방관적 태도를 취한 인상이 짙다. 특히 재정부족으로 민간자금에 의한 주택건설 촉진을 조장해야 할 정부입장에서는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물량공급만 확대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계산을 한 것이 아닌가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사태가 급박해지자 비로소 세금을 추징하고 중과정책을 발표하는 둥 전행정력을 동원하고 나섰지만,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이 같은 임기응변식의 정책보다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의 수립이 아쉬운 형편이다.
이번 사태가 물론 일부의 소수 부유층 인사들과 악덕「브로커」들의 농간에 의한 원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40%가 넘는 대도시의 주택부족율에서 오는 물량공급의 절대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동시에 약 2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시중 부동자금이 투기로 몰리지 않고 산업자금 등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적절한 투자대상을 정부가 마련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정부가 세제와 금융면에서 투자유인을 제공해 주고, 값싼 택지공급과 합리적인 가격책정을 통해 대형건설업체들이 주택건설에 참여함으로써 물량공급이 대폭 확대되는 것과 동시에 투기행위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이 병행된다면 오늘과 같은 「아파트」과열투기현상은 점차 고개를 숙일 것이다.
특히 정부자금으로 짓는 「아파트」는 그 전부를 25평 정도의 서민「아파트」로 하고, 여기 입주할 대상자를 미리 우선 순위별로 선별하여 일정한 기간만 기다리면 모든 근로자들이 큰 무리 없이 제집을 갖게 하는 장기정책이 절실하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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