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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를「비닐」쓰레기로 뒤덮을 작정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대개의 경우「홍콩」에 들르게 되는데 냉방 장치가되어 있는 비행기안과는 달리「트랩」에 한발만 내딛더라도 꼭 한증막에 들어서는 순간을 바지 밑에서부터 느낀다.
한 보름동안 연구실 밖으로 나갈 때마다 비슷한 착각을 할 정도로 올 여름의 더위 또한 어지간히 지독하였다.

<주변 더러우면 더 덥다>
하기는 열대지방의 밤을 연상케 하는 35년만의 기록적 폭염이라고 하니 3백만 명에 가까운 피서객이 전국 구석구석에 산재한 피서지로 몰려들었을 것이고 그야말로「피서 절정」 「만원 사례」였을 게 분명하다.
한편 영·호남에 산재한 저수지의 약46%가 완전바닥이나 물 푸기 작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데 서울의 상수도 공급량은 하루 2백5만8천t이란 최고기록을 세웠다. 또 불볕더위로 냉장고·「에어컨」·선풍기 등이 시중에서 품귀를 보인 것도 어쩌면 또 하나의 이변이라 할 수 있겠다. 부가가치세 덕에 값이 내려 더 인기를 모은 가전제품업계가「폭염만 만세」를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불볕더위가 몰아붙인 이들 이변의 속출과 더불어 문득 생각 나는 것은 피서지마다 모여든 그 많은 사람들이 저질렀을 환경파괴 행위다. 원래 인간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더럽고 지저분하고 부적인 것이지만 우리 다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본다.
우선 피서지이기 때문에 평시보다 주전부리가 더 많아지기 마련인데 가령 빵·과자·사탕·「주스」·건어·「아이스 크림」·우유·껌 등의 포장용으로 쓰이고 있는 PVC포장지에는 납·「카드뮴」등 유독성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어 불별의 열을 받으면 녹아내려 이 용지에 싼 과자나 사탕을 사먹는 어린이들의 학내에 중금속이 축적되어 큰 문제를 일으켰던 일이 생각난다.
또 현대 「플라스틱」문명의 왕자로 군림하는 염화 「비닐」수지제 용기 안의 내용물에서는 간장암의 원인이 뒤는 회화 「비닐 모노머」가 검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이 쓰레기로 버려졌을 경우에는 썩어 없어지는데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린다해서 산업 쓰레기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나쁜 『영원불멸의 쓰레기』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음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농어촌에서의 소득증대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서 이른바 「비닐·하우스」나 「미니」온실이 매년 현저하게 늘고 있는데 동시에 이에 비례해서「플라스틱」 및 「비닐」쓰레기로 인한 생활환경의 어지러움 또한 늘고있어 식음의 이맛살을 더 늘리게 하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폭염을 피하기 위한 피서인 까닭에 매일 하는 빨랫감도 많기 마련이다. 여기에 흔히 쓰이는 경성합성세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잘 생각해야할 과제다. 즉 경성합성세제의 주성분인 ABS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전하고 좋은 세척능률을 갖고있는 반면 생물학적으로도 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사용 후에도 부패하거나 분해되지 않는 것이다.

<세제도 아껴 쓰면 큰 도움>
따라서 세탁 후에 흘러버린 찌꺼기 물이 수권에 들어가면 몹시 심한 거품을 일으키게 되어 폐수처리과정에 큰 지장을 줄뿐만 아니라 물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시켜 물의 부패현상을 촉진시키게된다. 그러므로 세제주머니에 명시된 적정량을 확인해 너무 남용하는데 따른 수질의 악화가속을 막는 슬기도 필요한 것 같다. 몇 년 전 가뭄에 시달린 영국의 한 시민이 생활용수 절수방안으로 수세식변소의 저수조 안에 벽돌을 한 장씩 넣는 운동을 전개하여 큰 효과를 거뒀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5인 가족이 하루 5회씩 벽돌 한강의 부피만큼 물을 아꼈을 경우 1백50만 가구에서 절수 할 수 있는 물의 총량은 하루 3만7천5백t이 된다. 이는 영등포 정수장 상수생산량의 7분의l∼6분의l에 해당한다.
우리 주위에는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가 너무도 많이 깔려 있다. 아주 작은 것, 아주 손쉬운 것조차 무관심과 무성의로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더위를 몰아내는 양풍처럼 환경보전에 슬기를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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