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색 불법강의 다방서 설교를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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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코피」 한잔 마시면서 불교의 교리를 듣자.
일본에서 이색적 설법이 젊은이들 사이에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젊은이들이 운집하는 「아베크·코스」인 「하라쥬꾸」 네거리에 있는 「야시까·빌딩」지하실에 「나무」라는 색다른 다방이 하나있다. 「나무아미타불」의 두 자를 따서 이름 지은 이 다방에 설법강좌가 개설된 것은 작년 1월, 매주 수요일 밤 7∼9시 「하라쥬꾸」를 맴도는 젊은이들에게 불심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다방을 내고 『십세법을 듣는 모임』이라는 불교강좌를 시작, 요즈음은 몰려든 수강생들로 큰 혼잡을 빚고있다.
15일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강좌는 대성황. 하오7시부터 강좌가 시작되었으나 6시부터 수강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강좌제목은 불교학자인 「이와보리·시도」스님의 「불교와 여성』.
6시 반쯤이 되자 벌써 객석 60석의 자리가 전부 차고 다방 측은 보조의자 20개를 더 마련했으나 이것도 부족하여 다방 밖 통로에 확성기를 설치했다. 다방 안팎 수강생은 모두 1백명이 넘었다.
「블루진」차림의 청년, 중년신사, 직장여성, 가정부인, 남녀대학생들 신분도 가지각색. 3백「엔」(약 5백 50원)짜리 「코피」한잔 마시면서 불교강좌를 들으려 모인 것이다.
강좌 제목 때문인지 수강생은 남녀 반반이었다.
「이와보리」스님이 다방설법에 착안한 것은 동경에 있는 일연종 실상사(대전구지상2-10-17)의 『남무의 회』. 5년전부터 동경불교의 대본산인 실상사에서 불교지를 발행해오던 『「나무」의 회』는 젊은이들이 불교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선 독실한 불교신자로 요식업을 하고있는 친구를 설득, 3년전 「나무다방」을 차리게 하고 수요일만을 설법에 이용키로 했다.
동경 「찻집설법」이 대성황이자 지난 4월부터는 「요꼬하마」에도 십설법회장을 마련했고 앞으로 전국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친구의 권유를 받았다는 「다까바시」(44·회사원)씨는 『좁은 마음의 세계를 벗어나 넓은 세계에 한발 들여놓은 느낌』이라는 소감이었으며 어느 60대 할아버지는 『노승들의 인생체험과 지난날 자신의 걸어온 길을 잘 비교하는데서 위안을 얻었다』고했다.
출강하는 강사진을 보면 『「코피」한잔의 설법회』가 어느 정도 진지한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남무의 회」측 설명. 「반야심경입문」의 제자로 유명한 강사진은 종파·종문을 초월하여 임제종의 송원태도 스님을 비롯, 조계종스님으로 명성학원의 교두 무착성공씨, 「대법륜」편집위원이자 진언종의 도변조경 스님, 작가인 정토종의 사내대길 스님, 보선단대의 기야일의 교수 등 17명.
「이와보리」스님은 「불교교의에는 문학적 소재가 많다』고 말하고 『근본적으로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종교심을 누가 먼저 일깨워 주느냐가 문제』라면서 『그 방법으로는 다방설법은 좋은 착상이지만 현대식 「오페라」설법 같은 것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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