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검찰 압수수색 간다" 한국선급에 문자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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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양경찰이 한국선급에 검찰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부산지검과 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부산해경 이모 경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선급 법무팀장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1시간 뒤 압수수색을 간다”는 내용이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가보니 일부 자료가 없는 등 사전에 대비한 느낌이 들었다”며 “이 때문에 수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 1시간 전이 아니라 하루 전에 정보가 샌 정황도 잡았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정보를 흘린 이 경사를 감찰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 경사가 압수수색 정보를 알게 된 데는 또 다른 정보 유출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연결고리를 추적하기로 했다.

 ◆구조자 수 정정=지난달 16일 세월호 사고가 나고 20일 넘게 지났는데도 해경은 탑승자와 구조자 수를 놓고 또다시 오락가락하고 있다. 실종자와 탑승자 수는 아예 안갯속에 빠져버렸다.

 김석균(49) 해양경찰청장은 7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집계에 잘못이 있었다”며 구조자 수를 174명에서 172명으로 정정 발표했다. 1명은 구조된 승객이 “아는 사람도 구조됐다”고 잘못 알리는 바람에 구조자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 승객이 언급한 인물은 아예 세월호에 탑승하지 않았다. 또 다른 1명은 구조자 명단에 비슷한 이름으로 2중 표기된 것을 발견했다.

 해경은 당초 “구조자가 2명 줄었지만 탑승객 476명과 희생자 269명은 변함없고, 실종자가 33명에서 35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신용카드 사용 기록을 통해 중국인 2명이 추가 실종된 것을 찾아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중국인들은 이미 희생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신원을 모르는 실종자 2명이 더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그게 아니라면 탑승객이 476명이 아니라 474명으로 2명 줄어야 한다. 해경은 “8일에 정확한 숫자를 다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해경이 산하단체 회원 모집=경북 포항해양경찰서가 해경 산하 단체인 한국해양구조협회 회원을 무리하게 유치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건설회사 등 해양구조와 관련 없는 기업들까지 수십만원 이상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게 드러나서다.

 경북 포항에서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그런 경우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한국해양구조협회 경북지부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A씨는 “화물선사를 운영하는 지인이 ‘해양경찰 부탁’이라며 간곡히 권유해 가입했다”며 “단체 회원은 회비가 비싸 개인 자격으로 30만원을 내고 회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임원 B씨는 “해양파출소와 외근 해양경찰관으로부터 단체회원 가입을 요청받았다”며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회비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 말고도 냉장고 수리업체, 건설업체도 해양구조협회 회원이 됐다. 단체회원은 연 50만원 이상 회비를 낸다. 지난해에는 250만원까지 낸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해경 100여 명도 회원으로 가입했다. 익명을 원한 한 경찰관은 “회원이 된 직원 중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에 포항해경은 “원칙적으로 해양구조협회 가입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항뿐 아니라 전국의 해양경찰들이 대거 협회 회원이 됐다. 해경에 따르면 전체 경찰관 8000여 명 중 2300여 명이 연회비 3만원을 내는 회원이다. 본청 간부 상당수는 30만원을 내고 평생회원이 됐다.

 해경은 또 올 1월 일선 해양경찰서에 ‘한국해양구조협회 활성화 관련 청장님 지시사항’이란 공문을 보냈다. 해경은 공문에서 “해양구조협회 회원 모집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을 확보하고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장의 관심을 이끌어 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협회 지원 공문을 내보낸 데 대해 해경 측은 “구조협회는 큰 사고가 났을 때 해경의 구조 능력을 보완하는 민간 구조기관”이라며 “신생 단체라 예산이 부족해 자립 단체로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양구조협회에는 김용환 전 남해해경청장이 협회 상임 부총재를 맡는 등 퇴직 해경 간부 6명이 재취업했으나 김 부총재는 7일 사임했다.

 ◆골프 친 해경 간부 직위해제=박성배(57·경감) 제주해경 항공단장은 회원권을 소지한 골프장에서 지난달 27일과 이달 4일 골프를 쳤다. 지난달엔 같은 회원인 자영업자 등과, 이달엔 지인과 부부 동반으로 나갔다. 지난 4일은 정부가 전국에 ‘연휴기간 중 공무원 복무기강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공무원은 연휴를 경건하고 차분하게 보내달라”고 주문한 때였다.

 골프에 대해 박 경감은 “근무하지 않는 날을 골라 한 달 전 약속한 것이라 부득이하게 쳤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박 경감은 4월 들어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인 13일까지도 세 차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욱·최모란·최종권·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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